[르뽀] 국내 유일 DGIST 연구실 안전 체험학습장 가보니..연구실 안전 교육 '책임집니다'

연구실 안전사고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여러 이유 가운데 이론에 치우친 허술한 안전교육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체 예산으로 국내 유일하게 학내 연구자 교육을 위해 체험학습장을 만들고, 지금은 외부 요청에 따라 위탁 체험교육도 진행하고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실 안전 체험학습장을 찾았다.

DGIST 연구실안전 체험학습장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연구실안전 사고를 연출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김홍식 기술원(왼쪽)이 눈보호구 체험부스에서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화학물질을 다루다 눈에 튀게 되면 실명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DGIST 연구실안전 체험학습장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연구실안전 사고를 연출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김홍식 기술원(왼쪽)이 눈보호구 체험부스에서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화학물질을 다루다 눈에 튀게 되면 실명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DGIST R1 501호 연구실 안전 체험학습장. 고려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신규로 지정된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 20여명이 학습장에 설치된 눈 보호구 체험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교육생 한명이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화학 물질이 눈에 튀는 연출된 사고를 체험 중이다. 반원구 모양의 투명 플라스틱 보호막이 있는 구멍 안쪽으로 머리를 넣은 교육생은 화학물질(실제로는 물)이 갑자기 얼굴 쪽으로 뿜어져 나오자 짧은 비명을 질렀다.

체험에 참가한 교육생은 “실제 연구현장에서 부주의로 화학물질이 얼굴과 눈에 닿으면 실명하거나 피부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연출된 사고지만 순간적으로 아찔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대쪽 벽면에 설치된 전기안전부스는 전기 안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곳이다. 교육을 맡은 김홍식 기술원이 밀폐된 안전 케이스안에 전선을 연결한 뒤 전원을 켜자 금세 불꽃이 튀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구실에서 불량 전선이나 누전차단기가 없는 전선을 사용하면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을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시켰다.

지난해 2월 오픈한 DGIST 연구실 안전 체험학습장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구실 안전 관련 교육을 연구자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폐액 용기 폭발 체험, 전기안전 과부하로 인한 화재 체험, 화학물질 실험시 보안경 착용 체험 등 총 12가지 연구실 체험시설로 꾸며져 있다. 이론교육을 위한 장소도 별도로 마련했다.

DGIST가 대학 자체 자금 14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최근 국내에서 연구실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DGIST는 체험교육을 통해 학내 연구실에서만은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김홍식 DGIST 안전보안팀 기술원은 “연구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연출, 사고 경각심을 일깨워 안전한 연구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연구소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DGIST 체험학습장에 대한 교육 효과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출연연과 대학, 기업연구소로부터 교육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체험학습장을 거쳐간 교육생은 171개 기관 840여명이다. 출연연과 연구자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대상 연구자, 전국 50여개 대학 안전담당 교직원, 미래부와 지자체 공무원 등 다양하다. 교육은 보통 2박3일,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DGIST 연구실안전 체험학습장에서 교육생들이 연구실 사고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때 심폐소생물하는 방법에 대해 듣고 있다.
DGIST 연구실안전 체험학습장에서 교육생들이 연구실 사고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때 심폐소생물하는 방법에 대해 듣고 있다.

DGIST도 지난해 일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다가 올해는 아예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했다. 연구 초년생부터 연구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다.

외부기관의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LG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이 체험학습장을 둘러보고 갔다. 과천 과학관 체험관 구축을 위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연구환경안전팀도 다녀갔다.

DGIST 연구실 안전 체험학습장은 지난해 11월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미래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내부에서는 조직문화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DGIST Way Award'를 수상했다.

DGIST는 하반기에 1억여원 사업비를 들여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체험시스템을 갖춘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안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스마트안전통합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윤주헌 DGIST 안전보안팀장은 “연구실 안전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연구자의 인식 부족과 안전사고에 대한 체험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내외부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별도 건물에 체험 학습장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