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변전소가 그대로"…KETI·한전 개발 '스마트 변전소'를 가다

헤드셋을 쓰자 거대한 변전소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변전소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단 번에 든다. 헤드셋과 컨트롤러를 움직이며 시선과 발걸음을 옮기자 변전 설비들이 실물처럼 다가왔다. 장비에 붙은 라벨까지 확인이 가능할 정도였다.

전품연 관계자가 헤드셋을 끼고 변전소를 살펴 보고 있다.
전품연 관계자가 헤드셋을 끼고 변전소를 살펴 보고 있다.
헤드셋을 썼을 때 보이는 변전소 모습
헤드셋을 썼을 때 보이는 변전소 모습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한국전력공사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 변전소의 첫 인상이다. 광주 3D융합상용화지원센터에서 접한 변전소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였지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실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장민혁 KETI 수석연구원은 “극사실성을 추구하는 3D 가시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진은 변전소 안 전력 설비들을 3D로 모델링했다. 3D 스캔 데이터, 캐드(CAD) 데이터, 실사 이미지를 융합하는 방식을 썼다. 이를 통해 실제와 똑같은 3D 그래픽 설비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변전소의 모든 것을 3D화한 것이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 원격감시제어(SCADA)나 데이터수집시스템(DAS)과 같은 정보가 표출되게 했다.

변전소를 3D 스캔한 데이터
변전소를 3D 스캔한 데이터
3D 모델링한 전력설비
3D 모델링한 전력설비

3D로 시각화한 이유는 직관적 정보 파악을 위해서다. 현장 작업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VR·AR 단말기를 통해 변전소 내부 센서와 각종 기기의 위치와 상세정보를 3D 또는 영상으로 파악하게 된다. 복잡한 도면을 해석하거나 숙지할 필요가 없어 훨씬 직관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상황실에서도 작업자와 똑같은 영상을 보기 때문에 현장점검이나 수리를 할 때도 정확하고 신속한 지시와 업무 전달이 가능해진다.

미국 GE가 IoT, 빅데이터, 3D가 결합한 가시화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무 효율성이 높을 뿐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GE는 항공기 엔진에 각종 센서를 부착하고, 여기서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이상 유무를 점검한 뒤 실제 엔진과 똑같은 3D 그래픽으로 어디를 어떻게 수리하면 되는지를 고객이나 작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GE는 이런 기술을 통해 유지보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부가가치도 창출했다고 장 수석연구원은 전했다.

가상현실 변전소를 모니터링하는 영상
가상현실 변전소를 모니터링하는 영상

KETI와 한전이 이번에 구현한 것은 변전소지만 3D 가시화 기술은 앞으로 보다 많은 곳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였다. 일반인 대상으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나 홍보 차원이 아닌 산업현장의 전문적인 업무에도 접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였다.

장민혁 KETI 수석연구원은 “IoT와 VR·AR 기술을 융합한 실감형 가시화 기술은 전력설비 사고로 인한 인력재해 감소, 직관적 가시화로 인한 휴먼에러 감소, 비상대응 가이드로 인한 위험 감소 등에 효과가 있다”며 “변전소나 발전소뿐만 아니라 플랜트, 에너지 신산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