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LPG, 사우디發 가격 급등에 판매량 뚝

LPG가격 급등으로 최근 산업용 수요가 빠르게 감소해 관련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LPG가격 급등으로 최근 산업용 수요가 빠르게 감소해 관련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해 판매량을 대폭 늘린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계가 수요 이탈로 시름에 빠졌다.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6개월만에 가격을 갑절 가까이 올리면서 경쟁 연료에 자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LPG 소비량(프로판·부탄)은 853만2000배럴로 전달 대비 15.7% 감소했다. LPG 월간 소비량이 800만배럴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만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3%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LPG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SK어드밴스드 가동으로 석화용 수요가 늘어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LPG 수요는 1월만 해도 전월 대비 30.5% 늘어난 1012만4000배럴을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가격 때문이다. LPG 국제가격은 지난해 285달러~380달러대를 오가며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충전소 자동차용 부탄가스 평균 가격은 2006년 5월 이후 10년 만에 600원대에 들어서기도 했다. 석유화학, 산업용 시장에서도 나프타, LNG 등 대체재 수요를 흡수하며 호시절을 보냈다.

최근 가격이 급반등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부탄 가격은 지난해 8월 톤당 290달러에서 지난달 600달러까지 치솟았다. 6개월 만에 갑절 이상 올랐다. 프로판은 같은 기간 톤당 280달러에서 510달러로 올랐다. 산업용 연료 시장에서 동일 열량 기준 LPG, LNG 가격비는 지난해 호각세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100:80으로 균형이 깨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확보한 석화, 산업용 LPG 수요 가운데 상당량이 이탈했다.

LPG수입사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LPG 수입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매월 정해 고객사에 통보한다. 우리나라 수입사는 지난해부터 미국산 LPG 수입량을 늘리며 중동산 비중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산 LPG 가격경쟁력이 중동산 대비 큰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LPG수입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산 LPG 물량이 대거 들어왔지만 아직 중동산 LPG 가격을 끌어 내릴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사우디 아람코가 가격을 올리면 시장 가격도 비슷하게 형성되고 아직은 이에 맞춰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 이탈을 막기 위해 대형 수요처에 할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경쟁 연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에 영업이 쉽지 않다”면서 “LPG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하절기에 접어들면 수요 이탈 국면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LPG 가격: E1, SK가스 양사 발표가격 평균, LNG 가격: 서울도시가스 산업용 요금 기준>


LPG 가격: E1, SK가스 양사 발표가격 평균, LNG 가격: 서울도시가스 산업용 요금 기준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