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112>찍힐까 쉬쉬하는 직원 불만, 터지기 전에 해결해 줘라

▲오늘의 고민

A식품사는 최근 주문 처리를 잘못해 실제 주문량보다 두 배나 많은 제품을 만들어 큰 손해를 보게 됐다. 그런데 충격이 가시지 않는 김 사장과 달리 직원은 태연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 다들 이런 일이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미리 보고받지 못한 김 사장만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다.

▲오늘의 성공스토리

한 조사에 따르면 직원 22%가 부당 경영 사례를 목격하지만 그 가운데 고작 35%의 직원만이 이를 보고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말해 봤자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보고한 내용이 기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직원이 회사에서 일어난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 쉬쉬하면 언젠가 곪아 터져서 더 큰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직원이 마음 놓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우선 불만을 처리하는 공식 제도를 만들어 절차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문제를 처리한 뒤에는 그 결과를 직원에게 적극 알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직원이 문제 해결에 신뢰해서 마음 놓고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카드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옴부즈퍼슨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옴부즈퍼슨은 회사 결정에 이의가 있는 직원이 사무실을 찾아오면 친절하게 상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하고, 사내의 어떤 채널을 활용하는 게 좋은지 등 조언을 해 준다. 옴부즈퍼슨은 직원과 상담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회사에 전달한다. 이 때 이의를 제기한 직원의 신분은 노출되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옴부즈퍼슨은 직원이 이의를 제기할 때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고, 비밀을 보장해 준다. 네트워크·전화망을 별도로 사용하는 등 통신 자유를 보장받고, 상담 내용이나 기록을 취조 받지 않는다. 그 덕분에 오프더레코드 원칙을 철저히 지킬 수 있다.

이의 제기가 끝난 뒤에도 옴부즈퍼슨은 직원이 제기한 문제가 잘 해결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핀다. 리더에게 전달한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으면 직원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기도 하고, 문제를 좀 더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해 회사 측에 전달하기도 한다.

옴부즈퍼슨 제도 시행 이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7%의 직원이 '필요하면 옴부즈퍼슨 사무실을 찾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직원 신뢰를 바탕으로 미리미리 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포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30'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또 매출 80억달러를 달성하며 미국 시장 점유율 24%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도의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 HCL테크놀로지도 색다른 방법으로 직원의 이의 제기를 장려했다. 바로 '서비스 티켓'을 활용한 것이다. 만약 직원이 HCL의 서비스 및 프로세스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이 서비스 티켓을 발행, 담당 관리자가 이를 해결하도록 했다. 일단 이 티켓이 접수되면 해당 관리자는 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티켓을 발행한 직원만이 이것을 종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는 인트라넷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 덕분에 이의를 제기한 직원은 서비스 티켓의 해결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다. 이후엔 관리자 해결책이 만족스러웠는지 평가도 할 수 있다.

HCL은 이렇게 직원에게 모든 문제를 회사가 반드시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그러자 시행 이듬해부터 직원은 한 달에 3만개나 되는 티켓을 발행할 정도로 이의 제기에 적극 나섰다. 그렇게 제기된 문제를 개선한 결과 2012년 HCL은 24%의 연평균 성장률로 업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인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에 뽑혔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조직 내에서 곪아 가는 문제를 보고도 쉬쉬하는 직원 때문에 고민인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HCL테크놀로지처럼 직원이 마음 놓고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건 물론 직원들로부터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조은실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 제작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