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전 참여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에 위치한 도시바의 첨단 낸드플래시 공장 팹5. 웨스턴디지털과 공동 운용 중이다.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에 위치한 도시바의 첨단 낸드플래시 공장 팹5. 웨스턴디지털과 공동 운용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정오에 마감된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당초 도시바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지분 19.9%를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의 손실 규모가 커지고 지난 2월 3일 마감한 1차 입찰에서 예상보다 적은 다섯 개 기업만 응찰하자 매각 대상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려 재입찰을 받았다. 도시바는 가격 조건이 맞으면 지분 100%를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지분 100%를 모두 가져올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인수가는 최대 25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도시바 메모리 지분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최소 자금은 6조원 정도가 될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예비입찰에 참여하긴 했으나 어떤 조건을 얼마에 써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인수를 위해 일본 내 재무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지만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비입찰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미국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대만 홍하이, 중국 칭화유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본 현지에선 도시바를 한국이나 중화권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일본 경제주간지 현대비즈니스는 경제산업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도시바 메모리 사업은 홍하이나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에 넘기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재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 인수)과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을 합작으로 가동 중이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 역시 샌디스크 인수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낸드플래시 시장 톱 업체로 뛰어오를 수 있지만 자금을 과도하게 투입했을 때 추후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도시바 매각 향방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예비입찰에서 복수의 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서면 실사와 본입찰을 거쳐 6월쯤 최종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