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디스플레이 가속페달 더 밟아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한다. 10조원 고지를 넘는 것은 분기 사상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가 반등하면서 당분간 '슈퍼 호황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탄핵 정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파문으로 잔뜩 찌푸려 있던 한국 경제에 햇살이 드는 소식이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은 특정 기업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다. 모든 기업이 고루 성장하면서 내용면에서도 우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영업이익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3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 돌파 기록을 이어 간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의 호실적 소식에 의아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지만 주위 실물 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주로 해외에서 매출이 발생하다 보니 내수 진작으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에 재투자되면 서서히 내수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경기 사이클이 있다는 것이다. 공급 부족이 공급 과잉으로 바뀌면 순식간에 적자 전환이 가능하다.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온탕과 냉탕을 경험했다. 그나마 한국 기업이 위기를 헤쳐 나올 수 있는 힘은 선행 투자로 앞선 기술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에 축배를 드는 것보다 여유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할지 고민해야 한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으려면 가속페달 밟기를 멈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