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안경훈 얍컴퍼니 대표의 '어린왕자'

[CEO와 책]안경훈 얍컴퍼니 대표의 '어린왕자'

“가령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네시가 되면 벌써 나는 마음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해질 거야.”

안경훈 얍컴퍼니 대표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을 들려줬다.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마주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관계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얘기한 구절이다.

안 대표는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를 생애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사업에도 많은 도움을 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100번을 넘게 읽었다. 국문은 물론 영문, 그리고 프랑스어 원문 책까지 읽었다. 늘 가까이에 두고 읽고 또 읽는다.

안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8년이다. 사업 밑천은 컨설팅회사에서 익힌 데이터베이스마케팅(DBM) 컨설팅 경험이다. 사업은 순조로웠다. 한 달에 수십억원대 프로젝트를 수주할 만큼 탄탄대로를 걸었다.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나면서 길들여지는 관계를 이해한 것처럼 고객과 만남을 끊임없이 고민한 덕분이다.

안 대표는 “지구라는 별에는 온갖 장미가 피고 지지만 어린왕자의 눈에 장미는 한 송이”라고 말했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자신이 길들인 것 외에는 알지 못한다고 얘기해준다. 더불어 길들여진다는 것은 서서히 점차 거리를 좁히면서 서로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안 대표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두근댄다고 했다. 고객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원이나 파트너를 만날 때도 같다.

사업여건이 어려웠던 때도 '어린왕자'를 놓지 않았다. 첫 사업을 키우다 어려움을 겪으면서 월세방을 전전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 역시 '어린왕자'는 희망이 됐다.

이후 2015년 블루투스 기반 비콘 서비스로 새롭게 시작했다. 그게 바로 얍 서비스다. 얍이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식당, 편의점, 광고플랫폼, 음식점을 블루투스 비콘으로 연결해 준다. 무턱대고 제품을 쓰라고 요구하는 기술이 아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제품을 안내해주는 방식이다. 마치 길들여지는 방식과 같다.

안 대표는 여우가 말하듯 길들여지는 관계가 되면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그게 바로 고객에게 적합한 보상을 하고 두근거림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직원과 파트너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마케팅 기본은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라면서 “어린왕자가 전해주는 관계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유효한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