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놀던 임상·유전체 정보를 하나로, 국제표준 한국이 주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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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체 분석 데이터의 표준 모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연구 영역에 머물러 있던 유전체 분석을 환자 진료에 적용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수용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제안한 임상 유전체 분석 검사보고서의 표준이 올 상반기에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표준으로 등재된다.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인정받았다.

신 교수가 개발한 'ISO/TS 20428 헬스 인포메틱스'는 유전체 분석 검사 보고서를 전자건강기록(EHR)에 기입하는 표준 서식이다. 차세대염기서열(NGS) 방식으로 분석한 유전체 보고서를 구조화된 양식으로 바꿔 EHR와 연동하도록 돕는다.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가 하나의 포맷 안에 나타난다.

유전체 분석은 지금까지 개인 식별이나 연구에 활용됐다. 최근 분석 장비나 소프트웨어(SW)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체 분석 '1000달러' 시대가 도래했다. 법 개정으로 민간유전체분석(DTC) 시장이 열리고, 암 진단에 보험 적용까지 되면서 대중화가 가까워졌다.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강조되는 정밀의료 패러다임이 확산되면서 유전체 분석의 중요성이 커졌다.

EHR에 기반을 둔 임상 정보와 유전체 분석 정보를 융합하는 게 관건이다. 그동안 의사는 유전체 분석 검사 내용을 EHR에 일일이 입력했다. 의사 또는 병원마다 양식이 달라서 임상, 유전체 정보를 하나로 묶어 분석하는 일이 어려웠다.

임상 유전체 분석 검사 보고서 표준은 관련 정보를 구조화된 양식으로 표기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검사 보고서를 만들 때 환자 이름과 유전변이 등을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지 정의한다.

표준모델을 이용하면 유전체 분석 정보를 항목에 따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저장한다. 빅데이터 분석,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신수용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신수용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신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표준기술력 향상 사업 지원을 받아 2014년 11월 ISO에 처음 제안했다. 2015년 9월 참여국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지속, 지난해 11월 실무회의에서 국제표준으로 출판 승인을 받았다. 상반기 안에 최종 국제표준으로 등재된다.

신 교수는 “병원 EHR 서식은 여전히 텍스트 위주다. 유전체 분석 등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면 구조화해야 한다”면서 “표준모델은 유전체 분석 결과를 환자 진료에 활용하기 위해 구조화한 서식”이라고 설명했다.

정밀의료 구현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데 의의가 크다. 정밀의료는 임상정보, 유전체 분석 데이터, 생활습관정보(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한다. 데이터 양식마다 달라 하나의 플랫폼에서 분석하는 게 관건이다. 표준을 활용하면 임상, 유전체 분석 정보를 통합, 정밀의료 구현을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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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유전체 분석 기업도 기대가 크다. 환자 진료에 유전체 분석 결과 활용이 확대되면서 방법론적 고민을 던다. 서식 표준화에 이어 데이터 측정, 수집 등 초기 단계 표준화까지 우리나라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태순 테라젠이텍스바이오연구소 대표는 “유전체 분석 시장이 연구에서 임상 현장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데 필수인 표준”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임상 연구자에게 NGS 분석 결과를 전달하고, NGS 임상검사실 연구 과정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유랑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교수는 “유전체 정보 분석·공유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자체에 대한 표준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표준까지 우리나라가 주도한다면 세계 정밀의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