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스템반도체 '상생 바퀴' 제대로 돌리자

정부와 산업계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파운드리-팹리스-디자인하우스 생태계 구축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최근 팹리스 산업 위기론이 제기된 이후 산업계와 정부가 대안 마련에 나선 행보여서 기대를 모은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상생 협력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소 팹리스 업체에 MPW(Multi Project Wafer)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한 것이다. MPW는 웨이퍼 한 장에 여러 개의 연구개발(R&D)용 칩 시제품을 올려 제작하는 서비스다. 시제품 생산 비용을 줄여 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중소업체에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중소 팹리스 기업은 시제품과 양산을 맡길 파운드리 선택 폭이 넓어졌다.

정부는 미래반도체소자개발 5단계 투자 협력에 110억원대 매칭 펀드도 조성한다. 삼성전자와 KAIST는 차세대 시장으로 주목받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생태계 구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소외돼 있던 시스템반도체의 활성화 방안이 모색된 것은 의미가 깊다. 4차 산업혁명으로 주목받는 미래 반도체 시장은 시스템반도체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창의력과 설계 능력을 갖춘 다양한 팹리스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대기업 파운드리-팹리스-디자인하우스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만들어질 수 있다.

협력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듯 앞으로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해 주고 대기업도 문호를 더 많이 개방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