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침체빠진 웨어러블 시장

[이슈분석]침체빠진 웨어러블 시장

정보기술(IT)업계 미래 성장 엔진이라고 각광받던 웨어러블 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스마트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은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면서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장밋빛 전망은 빗나갔다. 웨어러블 시장은 아직 소비자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채 틈새시장에 머물고 있다.

현재 글로벌 웨어러블 업계 1위는 스마트밴드 제조업체 핏빗(Fitbit)이다. 그러나 지난달 초 외신은 우디 스칼 핏빗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가 회사를 떠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회사 매출이 2015년 대비 19%나 감소하자 책임을 지고 7년 동안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팀 로버트 부사장도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핏빗은 지난달부터 전체 인력 중 6%인 110명을 감원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회사 주가는 올해 초 대비 25% 하락했다.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들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수익성과 성장세를 되돌리기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말했다.

핏빗은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1억4630만달러(주당 65센트)로 1년 전 6420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급감한 5억7380만달러에 그쳤다. 기기 판매가 1년 전 820만대에서 650만대로 줄어든 영향이다.

손목시계형 건강관리 웨어러블 기기는 몇 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자랑하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웨어러블기기는 소비자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필수품이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 취급을 받으면서 부진에 빠져들었다.

시장조사업체 IDC 조사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은 3390만대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900만대보다 16.9%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핏빗은 1위 자리를 지켰으나 판매량이 크게 줄어 2위 업체 샤오미와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핏빗 판매량은 650만대로 전년도 840만대에서 22.7% 감소했으며, 시장 점유율도 1년 전 29%에서 19.2%로 크게 줄었다.

이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샤오미와 같은 중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고가 위주의 핏빗 제품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샤오미는 520만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전년도 260만대에서 96.2% 늘었다. 2015년 4분기 9.1%로 3위이던 샤오미는 2016년 4분기에 점유율 15.2%로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애플은 4분기에 46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3.6%로 3위를 차지했다. 4위 가민은 210만대, 점유율 6.2%를 기록했다. 5위 삼성전자는 190만대로 1년 전보다 37.9% 늘었으며, 점유율도 4.7%에서 5.6%로 소폭 증가했다.

IDC는 “전체 웨어러블 시장은 여전히 규모가 매우 작고 방향성도 분명치 않다”면서 “업체들은 다양한 패션 액세서리와 기능을 추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 같은 침체는 스마트워치 원조인 페블이 생각만큼 많은 웨어러블 기기를 팔지 못하고 주류에 진입하지 못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페블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2000만달러의 자금을 모아 주목을 받았다. 애플워치보다 앞서 2012년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 그러나 페블은 지난해 12월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핏빗에 인수됐다.

CNN머니 등 외신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결코 주류가 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웨어러블 기기 원조격인 구글글라스의 추락이 대표적인 예다. 구글은 구글글라스를 2012년 처음 공개했다.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주목과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2015년 1월 판매를 중단했다.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신제품이 출시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웨어러블 기능은 충분히 눈길을 끌 만하지만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웨어러블 부진을 두고 많은 전문가는 스마트워치가 보편적 IT기기로서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증거라고 설명한다. 간편 통화, 활동량 관리 등 기능이 일부 관심을 끌긴 했지만 스마트폰에 종속된 '고가 액세서리'라는 편견에 갇혀 수요가 대폭 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엔데버파트너스가 2014년 1월 발표한 '인사이드 웨어러블' 보고서는 웨어러블 시장의 침체를 예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18세 이상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사용자들은 답변했다. 1년 이상 사용하는 사례는 50% 미만이며, 6개월만 지나도 약 30%는 사용을 중단했다. 엔데버파트너스는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즉 '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조사결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웨어러블은 아직도 새로운 혁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심박수 감지 기능 도입이 웨어러블 기술의 마지막 혁신이었다. 스마트워치는 짧은 배터리 수명, 운용체계(OS) 호환성, 스마트폰 연동 등 많은 문제점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문제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목된다.

당초 웨어러블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사용자 행동패턴을 학습, 분석해 스스로 제안 및 조언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그와 유사한 기능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웨어러블은 취침 시간을 알려주고 운동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자에게 데이터를 알려주지만 스마트 코칭 기능은 없다. 운동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보내주지만 실제 분석은 하지 않는다.

아직 웨어러블 기기는은 혈압, 혈당, 체온 등 어떤 것도 측정하지 못한다. 플러그인, 타 액세서리와 연동해 측정할 수도 있지만 초기에 예상한 다양한 센서와 결합된 스마트워치 제품은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인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이 주춤한 것도 이유로 꼽는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시장 성장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 디바이스, 알고리즘, 서비스, 클라우드 등 관련 분야를 아울러 웨어러블 헬스케어 솔루션을 내놓을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웨어러블 기기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완전한 기능을 갖춘 허브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성 연결 응답성을 높이고 주변기기와의 연동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단순 알림과 간단한 헬스기능만으로는 웨어러블 기기가 난관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