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1>사이버시대의 외교전쟁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1>사이버시대의 외교전쟁

“사이버 공간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다. 이 말은 국경이 없는 만큼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국경을 넘나들고 해킹 등 범죄 행위 또한 글로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같은 외교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 간 해킹 도발이 범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 경제, 문화의 국제 교류는 물론 사이버 범죄도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사이버 시대의 외교 환경은 전통사회의 그것과 근본부터 다르다. 인터넷 기반의 국제 교류가 보편화되고 다양해짐은 물론 서로 간에 다른 법과 제도를 이유로 국제 분쟁이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만 해도 국가마다 잣대가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기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통일된 제도 만들기를 시도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생활 환경과 사고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조석으로 변하는 사이버 환경은 틀에 박힌 외교 전략을 무력하게 만들고, 다양한 글로벌 사건들은 정부 간 협상에 의존하는 전통 외교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기억해야 하는 많은 일과 분석해야 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지능정보 외교 제도 도입을 부채질한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민간과 협력하는 새로운 외교 방식만이 해답으로 보인다.

외교 대상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끼리의 협상과 교류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국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외교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 10만명이 넘는 외국 유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2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등록한 대학도 다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상의 외교 활동은 없다. 교육부가 등록금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일부 학교가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외교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유학생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배우게 하고, 호의적인 기억과 함께 귀국할 수 있는 외교 활동이 전개돼야 한다. 특히 한국에 온 유학생은 국비 장학생이거나 자기 나라에서 엘리트로 인정받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외교는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에 초석이 될 것이다.

다행히 외교부는 지난해 '민간과 함께하는 공공 외교, 세계가 신뢰하는 매력 한국'을 표방하고 소프트파워 기반의 외교를 다양한 민간 주체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 외교를 담당할 공공외교 대사를 임명하고, 새로운 조직도 신설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 디지털 외교를 추진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맞춤형 콘텐츠 개발,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외교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 남아 있다. 정부 주도의 외교에서 민간과의 공동 외교로 선회한 만큼 다양한 민간 전문가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사이버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망과 함께 그물망처럼 정교한 외교 채널은 필수다. 특히 첨단 기술과 미디어 등을 활용한 디지털 외교 전략은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의 교류를 확대,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전통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를 거부하고 전통의 외교 방식을 고집하는 외교관을 무능하게 만들 것이다. 디지털 외교에 어울리는 외교 전문가들이 민간 주체와 손잡고 세계로 달리는 모습이 우리나라 외교의 미래가 되기를 기대한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