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62> 아웃컴 다루기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lt;62&gt; 아웃컴 다루기

투입(input), 산출(output), 결과(outcome), 효과(impact). 학자들은 성과를 이렇게 구분하기도 한다. 투입은 쉽게 말해 비용이다. 광고제작비가 그 예다. 산출은 투입을 통해 1차적으로 얻은 것이다. 홍보영상물 같은 것이다. 결과는 활동으로 얻은 가치를 말한다. 광고로 매출은 늘어야 한다. 효과는 좀 더 간접적인 성과다. 기업 브랜드나 이미지가 나아졌다면 효과가 있다고 하겠다. 투입이 있으면 산출은 으레 만들어진다. 그러나 결과와 효과는 다르다. 많은 경우 산출물을 얻는 데 그친다.

“소비자가 진정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베인앤컴퍼니의 파트너인 에릭 암키스트와 니콜라스 블로흐는 '가치의 구성 요소'라는 기고문에서 묻는다. 질문은 단순하지만 쉽게 집어내기 어렵다. 소비자는 무엇으로부터 만족을 얻을까. 또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저자는 글로벌 기업 50개와 소비자 1만명을 조사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기업은 몇 가지 가치에 주목했다. 첫째는 기능(function) 요소다. 인튜이트는 생활에 숨은 복잡성을 해소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가치 있는 것이었다. 와비 파커는 집으로 배달된 안경을 착용해 볼 수 있게 했다. '앳 홈 트라이온(at-home try-on)' 방식은 기존의 온라인 유통 방식을 뒤집었다.

둘째는 감성(emotion)이다. 아크로니스는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를 제공했다. 위험 요소는 줄었다. 고객은 불안을 잊었다.

와비 파커나 보노보스는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했지만 오프라인 스토어로 확장했다. 이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모두 물리적 공간이 주는 감성적 요소를 찾고자 했다. '온라인-오프라인 매시업(Digital-Physical Mashups)'을 택했다. 효과는 컸다. 감성 요소가 높을 때 순추천고객지수(NPS)는 기능 요소만 있을 때보다 갑절이나 높았다.

셋째는 삶을 바꾸는 것이다. 핏빗은 누군가의 생활 자체를 바꿨다.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찾게 했다.

넷째는 사회적 영향이다. 톰스슈즈는 신발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는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했다. 자기만족으로 이끌었다. 와비 파커도 '원플러스원' 방식을 도입했다. 하나를 구입하면 다른 하나는 저개발국가에 기부된다. 고객과 공감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기능, 감성, 삶의 변화, 사회적 영향으로 가치 블록을 쌓아 보라고 한다. 기능 요소 14개, 감성 11개, 삶을 바꾸는 것 5개, 사회적 공감 1개 벽돌로 피라미드를 짓는다. 이른바 '가치 피라미드(Value Pyramid)'다. 균형 잡히고 높은 피라미드가 쌓이면 당신이 전달하는 가치도 그렇게 된다. 기존 것보다 새로운 벽돌로 채웠다면 가치 피라미드는 새로운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새 고객, 더 나은 브랜드 로열티, 지속적 수익 늘이기가 가능해진다. 모든 기능과 감성 요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영향을 가지는 가치 만들기에 없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온라인 기업은 가치 찾기에 더 쉽게 성공하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이 예견하는 미래 모습의 하나는 '아웃컴 이코노미(outcome economy)'로 불린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놓고 경쟁하지 않는다. 가치와 사용의 결과가 거래의 본질이 된다. 키워드는 결과와 가치로 표현된다.

종래의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주목했다. 제품 속성이 핵심 요소다. 속성이 무엇이고 어떤 조합인지가 중요했다.

가치에 주목하면 질문은 달라진다. “가치를 쌓아 가는 블록은 무엇일까.” 주변을 돌아보자. 우리는 어떤 가치에 주목하고 있나. 내가 추구하는 가치 피라미드는 어떤 모습인가. 단순한 제품이나 기능 대신 내가 전달하려는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가.

질문에 답하기가 군색하다면 당신은 넷플릭스의 성공을 부러워하던 누군가의 고민과 같은 셈이다. “주변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말하는 직원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가치를 고민하는 직원은 없었나 봅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