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입찰에 일 기업 불참…해외 매각 막아보려던 정부 전략 차질

일본 도시바 메모리반도체사업 매각 입찰에 일본 기업이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핵심기술 해외유출을 막아보려던 일본 정부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5일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기술이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도시바메모리 응찰에 나서달라는 정부 읍소에도 매년 수조원 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사업 인수에 끝내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마감한 입찰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을 비롯해 한국 SK하이닉스,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여러 나라에서 10곳 안팎이 참여했지만, 정작 일본 기업은 불참했다.

도시바 반도체 입찰에 일 기업 불참…해외 매각 막아보려던 정부 전략 차질

자국 기업에게 인수를 권장했던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결과에 놀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작년 말부터 소니와 히타치제작소 등을 방문해 도시바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도시바 반도체 기술은 중요성하다”면서도 매년 수천억엔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입찰 불참에 대해 “(보수적인) 일본제조업 현재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아 정말 낙담이 크다”고 말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에 국내 기업이 나선다면 일본정책투자은행과 산업혁신기구 등을 통해 지원을 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불참으로 외국 기업과의 연계를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울러 중국이나 대만 등 중국계 기업에 파는 것은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경제산업성이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외환법상 중지명령 발동까지 검토할 정도로 중국계에 대한 거부감은 크다.

한편으로는 응찰에 나선 미국계 기업이나 펀드 등에 도시바 기술 유출 방지나 고용 유지가 담보되도록 유도하려는 분위기다. 이른바 '미일반도체연합'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도시바 반도체메모리 사업을 떼어내 미국계와 연합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1위 한국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미일연합이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