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지네·벽 기어 넘는 뱀 로봇 개발

컴퓨터나 센서 없이 모터만으로 살아있는 지네처럼 움직이는 로봇과 뱀처럼 벽을 기어오르고 좁은 틈을 헤치고 들어가는 로봇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인공지능 등을 사용하지 않은 지네형 로봇은 “생물의 움직임이 모두 뇌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 아니라 몸 구조에 의해 이뤄지는 부분도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생물 움직임 구조를 규명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m 높이 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뱀형 로봇은 무너진 건물이나 파열된 상·하수도 배관, 재해 등 사고 현장의 좁은 공간을 헤치고 들어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일 NHK와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사카대학 대학원 공학연구과 오스카 고이치 교수팀은 길이 1.3m로 양쪽에 수지로 만든 발이 달린 부품 16개가 이어진 형태의 지네형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에는 다른 로봇처럼 컴퓨터나 센서 등이 탑재돼 있지 않다. 발을 움직이게 하는 모터가 붙어 있을 뿐이다.

컴퓨터나 센서 없이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지네형 로봇(사진=산케이)
컴퓨터나 센서 없이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지네형 로봇(사진=산케이)

지네형 로봇은 모터를 구동하면 진짜 지네처럼 지면의 요철에 맞춰 땅 위를 기어간다. 나긋나긋 움직이며 장애물이 나타나면 타고 넘어갈 수도 있다. 연구팀은 수지로 만든 발의 유연성과 관절의 수 등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진짜 지네와 똑같은 움직임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오스카 교수는 “진짜 살아있는 동물과 같은 움직임의 비밀은 뇌에만 있는 게 아니라 몸 생김새에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단순한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진짜에 더 가까운 고성능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기통신대학의 다나카 모토야스 교수팀이 개발한 뱀형 로봇은 길이 170㎝로 뱀처럼 가늘고 길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장소를 조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높이 1m 담을 기어 넘을 수 있다. 원격조작으로 배관이나 갈라진 틈 등 좁은 장소를 이동하면서 양쪽 끝에 장착한 카메라로 안의 모습을 촬영해 보여준다. 몸체에는 17개 관절과 9쌍 바퀴가 달려있다. 넘을 수 있는 벽의 높이와 경사도 등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