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1분기 실적, 석유화학 때문에 겨우 웃을듯

SK이노베이션의 울산아로마틱스 전경.
SK이노베이션의 울산아로마틱스 전경.

정유업계가 1분기 석유화학 부문 덕을 톡톡히 봤다. 국제유가·마진 하락으로 주력인 정유사업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석화 부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올리며 전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9일 정유·금유투자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1분기 실적 특징은 '정유 부진, 석화 대박'으로 압축된다.

정유사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원유와 제품가격 차이) 하락으로 정유사업은 부진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2월 배럴당 6~7달러를 오갔지만 3월 5달러대로 떨어졌다. 반면에 석화 부문은 벤젠톨루엔크실렌(BTX) 등 주력 제품 가격 강세로 탄탄한 실적을 거뒀다. 주요 기업별 분기 실적에서 정유 부문은 뒷걸음질쳤지만 석화 부문이 벌충한 모양새다.

하나금융투자는 SK이노베이션 1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예상치보다 8%가량 웃도는 8432억원으로 내다봤다. 정유사업을 맡고 있는 SK에너지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38% 줄어든 4071억원에 그치겠지만 SK종합화학(석화)은 전분기 대비 84% 늘어난 3245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쓰오일 영업이익은 3384억원으로 예상보다 19%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정유사업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60%가량 줄어든 851억원으로 급감하겠지만, 같은 기간 석화 부문에서 갑절 이상 불어난 1703억원을 기록, 낙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석화 부문 실적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유업계 화학사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 파라자일렌(PX) 시황이 안정적이다. PX가격은 3월 중순 톤당 888달러, 스프레드(마진)는 톤당 43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고점인 395달러 대비 10%가량 높은 수치다.

PX를 원료로 쓰는 PTA, 폴리에스터 수요가 지속 늘어나면서 PX 수요가 많았다. 올해 신규 가동하려던 3개 PX설비 가운데 하나만 가동할 예정이어서 PX 글로벌 공급물량은 당분간 계속 달릴 전망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PX와 벤젠, 프로필렌, 나프타 시황이 전반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석화 부문은 당분간 높은 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윤활기유 마진도 높은데다 정제마진도 2분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정유·비정유 부문 동반 강세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