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문화기술의 미래

[콘텐츠칼럼]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문화기술의 미래

'알파고' 충격과 함께 촉발된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뜨겁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지능형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과 기존 산업 간 결합을 통한 신산업 창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비관론도 제기된다.

IoT와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나 존재하는 세상을 이제 현실에서도 만들어 낸다. 가족과 단란한 추억을 AR로 재생, 당시 느낌과 감정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강화된 목표지향적 광고와 보안은 비약적인 소비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IoT 기술은 주거공간에서 새로운 틈새시장을 창출, 새로운 건축 붐을 일으킬 것이다.

장밋빛 전망 한편으로 AI와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커진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AI 및 로봇의 영향으로 기존의 일자리 710만개가 소멸되는 반면에 새로운 일자리는 200만개만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를 말하면 약 510만개 일자리가 감소하고 이로 인한 산업적 불균형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에도 많은 일자리가 소멸하고, 직업을 잃은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려서 굶주림에 허덕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 대체되는 새로운 일자리가 그만큼 창출되면서 일자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4차 산업혁명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무성하지만 정작 한국은 미래 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지 전략이 부재하다. 최근 15년 동안 한국의 미래 연구개발(R&D)은 이른바 '6T(IT, BT, NT, ET, ST, CT)'로 불리는 유망 분야 기술에 집중됐다. 그러나 2015년 통계를 보면 6T의 R&D 예산 11조원 가운데 문화기술(CT) 투자 비중은 1.6%인 1758억원으로 미미하다.

소규모 투자에도 CT R&D는 2014년 억원당 사업화 성과가 다른 유망 기술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0.41건을 기록했다. 특허 성과 역시 0.43건으로 나타나 정량적 효율성을 증명했다.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CT와 문화 산업이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낸다는 가능성까지 보여 준다.

무엇보다 CT의 핵심은 기술로 인간의 감성적 만족에 봉사한다는 점이다. 기술은 다른 5T 가운데 어느 것도 될 수 있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AI 기술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문화로 수렴된다. 대화하는 로봇인 챗봇은 AI에 기반을 두지만 완성도나 서비스 만족도는 인간에 대한 문화, 인문학적 이해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동안 CT는 문화적 특성 때문에 다른 유망 기술에 비해 많은 투자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CT의 융합적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 CT는 문화와 감성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이다. 문화와 감성을 수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CT의 수단이 되는 기술은 모든 분야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오페라 오브 더 퓨처)는 의학, 음향공학, 의류학 등을 음악학·서사학과 융합해서 오페라의 미래를 탐구한다.

이제 융합 기술인 CT의 개념과 확장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 및 발상 전환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한국의 R&D 전략을 다시 세울 때가 됐다. CT 투자는 좀 더 확대되고, 다른 유망 기술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기회로 만들지,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위기로 맞이할지는 앞으로 어떤 정책과 제도로 대응할지에 달렸다.

김재하 서울예술대 교수 jhkims@seoul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