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유기적 연결' 고민해야

최경진 가천대 교수
최경진 가천대 교수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두고 하는 말이라 믿었다. 우리나라가 10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던 경제 소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성장한 것은 정보화 혁명을 예측하고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웨어(HW) 인프라 핵심인 유·무선 통신망이 전국 방방곡곡에 보급되고, 그 품질 또한 세계 수준을 유지해 온 것이 우리나라 ICT 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러나 세계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나 서비스 경쟁력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HW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선진국은 콘텐츠나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거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나 아마존, 유튜브, 넷플릭스 등 많은 업체가 등장해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우리 콘텐츠, 서비스 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맞고 있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조어를 못마땅해 하거나 왜 네 번째냐고 따지기도 한다. 무엇이라 표현하든 지금이 점진적 발전이 아닌 전면적 변혁의 시점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단어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규정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선진국은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아쉽게도 우리 준비는 부족한 듯하다.

미래에는 이러한 아이콘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신산업 분야에서 ICT 기반의 신기술과 신서비스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변혁은 산업 분야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혁신의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노동, 교육, 문화, 법률 등 준비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돼 글로벌 경제 생태계가 형성되는 환경에서는 데이터,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과 그 기반을 이루는 네트워크 경쟁력이 시장과 국가 경쟁력이 된다.

데이터 기반 경제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소프트파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민간 자율 생태계 운영을 촉진시켜야 한다. 데이터 운용에 관한 정부 규제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기초 연구개발(R&D) 진흥, 스타트업 지원 등 '지원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부각시켜야 한다.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를 지속하는 일도 중요하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ICT 분야의 정부 조직 개편이나 지능정보사회 대비 법·제도 정비, 가계통신비 인하 등 제언이 쏟아진다. 그러나 정보 기반 경제나 지능정보사회 정책은 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ICT는 미래 산업이라는 전쟁에서 핵심 무기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네트워크나 디바이스 같은 HW와 데이터 기반 플랫폼, SW·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기적 연결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 및 법 체계 개편 논의도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 양질의 네트워크 인프라 및 데이터를 이용한 플랫폼 구축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kjchoi@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