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만㎞ 달리고도 배터리가 쌩쌩하다면

전기자동차를 타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끝내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충전 문제다. 충전하고 나서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얼마나 자주 충전해야 할지, 충전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지 등이다. 두 번째는 배터리 문제다. 처음 차를 살 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으로 차 값 절반을 보조 받지만 나중에 배터리 수명이 다되면 얼마나 큰돈을 더 주고 배터리를 교환해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정부 공인시험기관 검증 결과 10만㎞를 달린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원래 85%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이래저래 의미가 크다.

이에 앞서 충전 문제는 이미 1회 충전으로 400㎞ 이상 달릴수 있는 국내외 전기차 신차가 나왔고, 배터리 관련 성능은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첫 번째 걱정은 점차 사라지게 됐다.

이제 두 번째 걱정도 사실상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통 국내외 전기차 제조사는 10만㎞를 배터리 보증 기간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미 10만㎞를 주행하고도 원래 성능의 85%를 유지했다면 보증 기간이 갑절이 아니라 세 배까지 늘어도 끄떡없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차를 사서 20만~30만㎞를 달리는데 적어도 배터리가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됐다면 이제 정부와 지자체, 나아가 한국전력공사 등이 설치하는 공용충전소도 믿어볼 만할 것이다. 이미 여러차례 전기차 이용자 조사를 통해 집에서 굳이 충전하지 않더라도 집 밖 충전소만으로도 사용에 불편한 것이 없다고 확인된 바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갈아타려고 결정했다면 연내에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때다. 앞으로 정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현격하게 줄어들 공산이 크다. 더욱이 기술은 계속 좋아져서 앞으로 전기차 업그레이드가 상시 가능한 상황이 올 것이다.

띄엄띄엄 보이던 전기차가 도로를 뒤덮을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