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지털복지다](4)우리사회, 장애인 독서권 부여에 관심 가져야

[이제는 디지털복지다](4)우리사회, 장애인 독서권 부여에 관심 가져야

책을 읽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숫자는 약 25만명. 이들 중 점자도서를 이해할 수 있는 숫자는 5%에도 채 못 미친다. 후천성 장애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이 같은 시각장애인들의 독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점자와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국가 대체자료 공유시스템' 앱 덕분이다.

대체자료란 일반 도서를 음성과 점자로 변환한 장애인용 도서를 말한다. 이 앱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IT기술을 접목해 편리성을 높였다. 음성 속도 조절은 기본이다. 한자와 영어 뜻풀이도 제공한다. 문장마다 반복되는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큰따옴표, 쉼표 등을 생략하거나 제어할 수도 있다. 음성을 듣다 단축키를 조작해 이 같은 설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책갈피처럼 직전에 읽은 페이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앱은 원문자료 7만여권을 서비스한다. 해마다 이용자가 늘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원문자료 이용 건수는 1752건이었다. 2분기 2413건, 3분기 1만1943건, 4분기 1만1093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탔다. 1분기 6624건에서 2분기 1만4192건, 3분기 1만5113건, 4분기 16458건을 기록했다.

이용자 수도 2015년 1분기 308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4분기 857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자료 검색 숫자도 3440건에서 7255건으로 2배 넘게 뛰었다.

대체자료종합목록 70여만건도 지원한다. 대체자료가 위치한 도서관이나 외부기관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이 목록을 검색한 뒤 자료신청을 누르면 우체국 직원이 해당 책을 집으로 배달한다. 다 읽고 난 뒤 회수도 해간다. 비용은 무료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장애인 무료 책 배달 서비스 '책나래'를 이용한다.

지난달 자원봉사자 참여 플랫폼도 개발했다. 대체자료 내 오탈자를 잡는 데 자원봉사자 참가를 늘리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자원봉사자가 일일이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찾아 오탈자를 손봤다. 한두 사람이 책 한 권을 전담해 작업했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간단한 책이어도 평균 일주일씩 걸렸다. 대체자료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여러 사람이 나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 솔루션을 적용한 가상화 환경에 새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 시스템은 화면 캡처와 인터넷 접속, 파일 복사 등을 차단한다. 해당 자료를 이동식저장장치(USB)로 빼가거나 출력하는 것도 막는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올해부터 음성지원 도서 양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원문 100만권을 서비스하는 게 목표다. 전자책 변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디지털 파일을 받아 대체자료 규모를 키울 계산이다.

장보성 국립장애인도서관 사무관은 “과거에는 자원봉사자가 읽은 음성을 녹음해 도서를 만들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면서 “지금은 국제표준 디지털음성도서 데이지(DAISY)에 맞춰 1년에 2000권씩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독서 열기가 상당하다”면서 “빠른 시일 내 100만권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 1급 김 모 씨는 “너무나 열악한 독서 환경 탓에 수많은 장애인이 교육을 포기하고 비참하게 살아왔다”며 “대체자료 공유시스템은 통쾌할 정도로 고마운 앱”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 도서 양이 빠르게 늘 수 있도록 도서관, 특히 출판사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