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국내명 EQ900)'이 미국 대형 럭셔리카 시장에서 렉서스 'LS'를 꺽고 3위에 올랐다. 특히 제네시스 G90은 올해 축소되고 있는 미국 대형 럭셔리카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올 하반기 G70까지 출시해 미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18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G90은 올 1분기 미국 대형 럭셔리카 시장에서 1203대를 판매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3648대), BMW '7시리즈'(2103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가 G90을 미국 시장에 출시한 지 7개월 만의 결과다
제네시스 G90은 지난해 9월 말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제네시스는 G90이 미국 시장에서 연간 5000대가량 판매해 렉서스 'LS', 재규어 'XJ' 등을 넘어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 독일 프리미엄 대형 세단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대형 럭셔리카 시장은 브랜드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최근에는 S클래스가 독주하고 7시리즈가 추격하는 모습이다. 3위 자리를 두고 렉서스 LS와 아우디 A8이 경쟁을 펼쳐왔지만 올 1분기에는 G90이 LS(944대), A8(793대)를 따돌리고 3위에 올랐다. LS와 A8은 풀체인지(완전변경)를 앞두고 있어 판매량이 대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G90 인기몰이를 단순히 경쟁모델 노후화 때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럭셔리카 시장은 RV(레저용차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올 1분기 대형 럭셔리카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2.3%가량 감소했다.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인 S클래스도 지난해 1분기보다 판매량이 12.5%가량 줄었다. 하지만 G90은 지난해 같은 기간 에쿠스 판매량(617대) 대비 95% 증가, 해당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렉서스 LS, 아우디 A8, 재규어 XJ 등 노후 모델뿐만 아니라 S클래스, 7시리즈 등 대부분 차량 판매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G90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며 “G90이 경쟁력 있는 가격과 첨단 안전·편의 사양으로 새로운 럭셔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90은 최하위 등급 3.3T 프리미엄 모델 모델이 6만8100달러(약 7750만원), 5.0 모델은 6만9700달러(약 7940만원)부터 시작된다. 구형 에쿠스보다 6500달러(역 740만원) 가량 가격이 인상됐지만, 경쟁모델인 S클래스(9만6575달러), BMW 7시리즈(8만2295달러) 등보다 최고 2만달러(약 2300만원)가량 저렴하다.
G90은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도 갖췄다. 최고 시속 100㎞ 속도로 고속도로에서 약 17초 동안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을 탑재했다. 또 미국에서 최초로 아마존 가상비서 서비스 알렉사(Alexa)를 탑재해 커넥티드 기능을 제공한다.
홈 무선인식서비스를 탑재해 에코를 통해 집안에서 자동차의 잠금장치와 공조장치를 조절할 수 있으며 시동을 키고 끌 수 있다. 또 음악을 틀거나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날씨나 기사를 읽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중·대형 럭셔리카 시장 연간 점유율에서 올해 6년 만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네시스 차종 판매 점유율 추이를 보면 1세대 제네시스가 판매 돌풍을 일으킨 2011년 11.3% 점유율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했다. 2세대 제네시스가 판매 호조를 보인 2015년 다시 9%대로 접어들었고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시장에 출범한 지난해에는 9.6%를 기록한 바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