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일본 흥행 원작', 한국판 리메이크 흥행 여부 결정 요인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포스터.(사진=tvN제공)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포스터.(사진=tvN제공)

tvN이 월화 저녁 11시에 야심차게 편성한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아오키 고토미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1~2%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원작의 장르를 변경해 리메이크할 경우, 원작의 정서와 감성을 그대로 살릴 것인지 장르 변경에 따라 새롭게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선택에 의해 흥행은 결정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웹툰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영화화되면서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서 성공한 케이스인데, 원작에 변화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배타적 성공공식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작인 웹툰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흥행한 케이스에 속한다.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작인 웹툰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흥행한 케이스에 속한다. (사진=쇼박스 제공)

일드라고 일컫는 일본 드라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됐을 때 원작을 그대로 살릴 것인지, 우리나라 정서에 맞도록 시나리오를 수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 드라마 → 리메이크 한국 영화 미흥행, 리메이크 한국 드라마 흥행

일본 TBS에서 방영된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드라마, 2002)은 우리나라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각각 리메이크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김주혁, 문근영 주연의 '사랑 따윈 필요 없어'(영화, 2006)는 관객수 54만명으로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뒀으나, 조인성, 송혜교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드라마, 2013)는 대흥행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와 TV드라마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같은 일본원작을 리메이크 했지만, 흥행결과는 사뭇 달랐다. (사진=쇼박스, SBS 제공)
국내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와 TV드라마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같은 일본원작을 리메이크 했지만, 흥행결과는 사뭇 달랐다. (사진=쇼박스, SBS 제공)

이는 일본 드라마가 한국 영화로는 흥행하지 못하고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흥행한 사례이면서, 원작의 첫 번째 리메이크가 흥행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장르를 바꾼 두 번째 리메이크는 대흥행했다는 것이다.

◇일본 드라마 → 리메이크 한국 드라마 흥행

일본 원작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흥행한 작품은 많이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최근 작품이라기보다는 최소 10년 전 원작을 바탕으로 리메이크된 작품들이다. 일본 드라마 정서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 드라마 수준이 우리 드라마의 창작 수준보다 높았고, 우리나라 시청자도 일본 원작 드라마를 선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작품의 원작도 드라마 자체인 경우보다 소설이나 만화가 원천 원작인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07년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하얀거탑'은 1963년 일본소설과 2003년 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사진=MBC 제공)
2007년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하얀거탑'은 1963년 일본소설과 2003년 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사진=MBC 제공)

일본 소설 '하얀거탑'(소설, 1963)은 먼저 일본 드라마로 만들어져 일본 후지TV '하얀거탑'(드라마, 2003)에서 방송됐고, 우리나라에서는 김명민, 이선균, 차인표, 송선미 주연으로 리메이크돼 '하얀거탑'(드라마, 2007)으로 또다시 흥행했다.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만화, 1992)'는 일본 TBS에서 '꽃보다 남자1(드라마, 2005)' '꽃보다 남자 리턴즈(드라마, 2007)'로 만들어진 후, 우리나라에서 구혜선, 이민호, 김현중, 김범 주연의 '꽃보다 남자(드라마, 2009)'로 재탄생됐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공부의 신'은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일본드라마 스토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만큼의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사진=KBS 제공)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공부의 신'은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일본드라마 스토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만큼의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사진=KBS 제공)

치열한 입시제도를 경험한 우리나라 시청자들 중에는 김수로, 배두나, 오윤아, 유승호 주연의 '공부의 신(드라마, 2010)'을 인생 드라마로 꼽기도 하는데, 원작은 일본 만화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만화, 2003)'이고, 일본 TBS에서 '드래곤 사쿠라(드라마, 2005)'로 먼저 만들어졌다. 김혜수, 오지호 주연의 '직장의 신(드라마, 2013)'은 일본 NTV '만능사원 오오마에(드라마, 2007)'가 원작으로 드라마를 원작으로 리메이크됐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일본 드라마 → 리메이크 한국 드라마 미흥행

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2005년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하지만 흥행공식과는 달리 저조한 시청률을 거둔 바 있다. (사진=MBC 제공)
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2005년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하지만 흥행공식과는 달리 저조한 시청률을 거둔 바 있다. (사진=MBC 제공)

일본 NTV '여왕의 교실(드라마, 2005)'은 고현정 주연의 '여왕의 교실(드라마, 2013)'로 리메이크 됐으나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고, 일본 후지TV의 '노다메 칸타빌레(드라마, 2006)' 또한 주원, 심은경, 백윤식, 이병준 주연의 '내일도 칸타빌레(드라마, 2014)'로 리메이크 됐으나 심은경이 맡은 캐릭터만 원작에 충실하고 나머지 배역들은 톤을 달리해 전체적 균형이 맞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 TBS '심야식당1(드라마, 2009)'은 '심야식당2(드라마, 2011)' '심야식당3(드라마, 2014)'로 이어지며 흥행했지만, 김승우, 최재성, 남태현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심야식당(드라마, 2015)'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 원작의 경우, 어떤 작품은 흥행을 하는데, 어떤 작품은 흥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드라마 '심야식당'은 큰 인기를 얻었던 원작에 비해 흥행참패를 거두며 종영했다. (사진=SBS 제공)
드라마 '심야식당'은 큰 인기를 얻었던 원작에 비해 흥행참패를 거두며 종영했다. (사진=SBS 제공)

◇일본 원작의 한국판 리메이크 흥행 여부 검토

원작 자체의 재미와 감동은 충분하나 일본식 표현을 살리기 힘들 수 있다. 내용은 보편적이라도 일본식 표현이 많을 경우 리메이크 시 뉘앙스를 살리는 문제점을 쉽게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일본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 경우는 많으나, 한국 영화로 리메이크 된 경우는 드물다. 드라마의 경우에도 2013년 이전 리메이크 드라마 흥행작은 많지만, 최근(2014년, 2015년, 2016년) 리메이크 드라마는 흥행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원작을 최대한 살리느냐, 한국에 맞게 스토리를 고치느냐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은 점도 크게 작용한다.

드라마를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경우 일본 드라마라는 특수성을 따지기 전에, 드라마가 영화로 리메이크되기 힘든 이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화를 드라마로 리메이크 하는 경우 압축된 영화의 내용에 디테일의 에피소드를 강화해 긴 호흡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흥행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드라마를 영화로 리메이크 하는 경우 드라마의 요약본을 보는 느낌일 수 있다. 실제로 흥행한 TV 드라마, TV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상영의 경우 TV에서 원작 상영할 때보다 흥행강도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인기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와 '포켓 몬스터' 등은 국내 TV부문에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극장가에서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NEW, 포켓몬코리아 제공)
일본의 인기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와 '포켓 몬스터' 등은 국내 TV부문에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극장가에서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NEW, 포켓몬코리아 제공)

최근 일본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포켓 몬스터'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이전에 인기 있었던 일본 영화 시리즈들도 최근 들어 흥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365만명의 관객을 모으긴 했지만 일본에서의 흥행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다.

훌륭한 일본 원작 작품에 대한 한국판 리메이크를 의도적으로 거부할 필요는 없다. 문화적 교류 중 수입은 문화적 다양성과 역수출의 기반이 되는 긍정적 요소 또한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 제작 수준에 비춰 볼 때 우리가 더욱 창작에 공을 들인다면 우리의 작품을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기회가 보다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