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모바일 앱 접근성...교통, 쇼핑 등 주요 사이트 미비 여전

SRT 앱 캡쳐 이미지
SRT 앱 캡쳐 이미지

#시각 장애인 A씨는 수서고속철도(SRT)를 이용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평소처럼 스마트폰에 설치된 보이스오버 기능을 켜고 SRT 앱을 실행했다. 승차권 예매 안내 버튼을 찾기 위해 손가락으로 앱 화면을 훑었지만 '예매하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SRT 앱이 아이콘을 대체하는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화면부터 대체텍스트나 안내 메시지가 제공되지 않아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도 난감했다. 예매 완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이동 중 스마트폰 예매를 포기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편리하게 앱을 이용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게 스마트폰 앱 이용은 문턱이 높다.

19일 웹접근성 전문업체 에스앤씨랩과 교통, 쇼핑 등 장애인 이용률이 높은 주요 앱의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앱 접근성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서고속철도(SRT) 앱은 앱 접근성의 기본인 대체 텍스트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앱 접근성은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장애인과 고령층이 불편함 없이 앱을 사용하도록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장애인과 시력이 안 좋은 고령층을 위해 대체텍스트 제공은 필수 기능 가운데 하나다. SRT 앱은 메인화면과 주요 메뉴 등에서 아이콘을 대체하는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은 내용을 인지하기 어렵다. SRT 측은 “다음 앱 개편 사업에 접근성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 등 주요 모바일 쇼핑 앱도 접근성이 미비했다. 쿠팡은 식품, 패션 등 메뉴 부문에 대체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이용이 어려웠다. 위메프는 세부 상품별 대체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았다. 티몬은 주요 메뉴에 대체텍스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상품상세 설명, 정보 등에 대체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제품 설명을 알기 어렵다. 티켓몬스터 측은 “쇼핑 접근성을 위한 대체텍스트를 제공,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상세 페이지에도 대체텍스트를 적용하기 위해 현재 자동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둔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통신보조기기 상설전시장에서 직원들이 40여 종의 정보통신 보조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올해 장애인 3200명에게 정보통신 보조 기기를 보급한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둔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통신보조기기 상설전시장에서 직원들이 40여 종의 정보통신 보조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올해 장애인 3200명에게 정보통신 보조 기기를 보급한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대체텍스트, 초점 기능 등 앱 접근성 필수 요건은 어려운 기능이 아니다. 앱 개발자와 서비스 제공업체 관심이 필요하다.

장선영 에스앤씨랩 대표는 “쇼핑이나 교통 서비스의 경우 시각장애인은 앱 주요 기능을 사용하고 싶어도 일반인 도움 없이는 기능을 이용하기 어렵다”면서 “개발자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장애인과 고령층을 고려한 앱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장애인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4년 51%에서 지난해 66.8%로 상승했다. 일반국민(85%)보다 낮지만 소외계층 평균(61.2%)보다 높다. 이동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은 PC보다 유용한 기기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장애인과 고령층이 스마트폰 앱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접근성 지침 2.0'을 국가표준으로 제정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앱 접근성을 준수하도록 유인책, 근거 등이 필요하다.

김석일 충북대 교수(소프트웨어학)는 “최근 국가표준에 지침에 따라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주요 앱을 조사했더니 지침 수준에 못 미치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해외는 앱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다양한 기기에서 접근성이 지켜지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다. 국내도 공공과 민간에서 앱 접근성을 준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홍보와 유인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