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산업계 “EU·캐나다보단 미국 사례 참조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실(더불어민주당) 보좌진 등이 유럽과 캐나다를 일주일 일정으로 방문해 '화학물질 영업비밀 심사제도'를 벤치마킹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산업계와 전문가그룹은 “미국을 놔두고 왜 그쪽으로 갔느냐”는 반응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보단 미국이 첨단 제조업 분야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인텔,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미국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과 경쟁하는 업체가 많다.

미국은 화학물질 사후심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모든 물질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기재하는 한국과 달리 유해성이 입증된 물질만 기재하면 된다. 또 유해성 있는 물질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영업 비밀 여부를 판단, 이를 가려 놓을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해 근로자가 이를 요구할 경우 심사를 거쳐 공개하는 '영업비밀 사후심사제도'를 운용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근래 들어 미국 내에서 이 같은 사후 심사를 요구하는 건수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유해성 있는 물질은 아예 영업 비밀로도 가릴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유해하지 않은 물질의 영업 비밀 여부도 기업이 아닌 심의위에서 판단하겠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의원실이 미국이 아닌 EU와 캐나다 지역으로 벤치마킹을 떠난 것은 '규제를 더 하겠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EU와 캐나다 역시 MSDS 규제가 한국보다 덜 엄격한데 제발 제대로 보고 와서 규제를 완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계는 더민주 의원들의 이 같은 법 개정안 발의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가 분주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단 해외 선진국 사례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회원사 중심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전자재료 업체는 이 같은 국내 규제 법 개정 움직임을 본사에 보고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심각해질 경우 각국의 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국가 차원의 이의 제기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