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CEO] 백태일 제4기한국 대표

제4기한국 백태일 대표 (사진=제4기한국)
제4기한국 백태일 대표 (사진=제4기한국)

“'제4기한국'이라는 사명처럼 새로운 한국을 만들려면 남이 안 하는 것을 만들고 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일본과 독일 연구기관도 인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자부합니다. 매출보다는 기술을 키우는데 계속 욕심이 납니다.”

제4기한국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특수 세정·코팅 전문 기업이다. 반도체·PCB용 플라즈마 세정, LED와 디스플레이용 플라즈마 장비를 공급한다. 특수 건식 플라즈마 처리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강소기업이다.

매년 매출 절반 이상을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거둔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제조 기업들이 수시로 시흥 본사를 방문한다. 일본 특유의 꼼꼼함과 높은 기술 눈높이를 충족하면서 제4기한국 브랜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백태일 대표는 “장비를 대량 공급해 매출을 늘리는데 관심이 없다”는 이색 경영 철학을 밝혔다. 회사는 올해 창립 27주년을 맞았다. 매출은 작년 기준 238억원이지만 영업이익 58억원으로 상당히 높다. 창립 후 단 한 번도 어음을 발행한 적이 없을 정도다. 자체 개발한 플라즈마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 세정 코팅 기술로 불가능한 극박막 분야나 불순물 제로 수준을 요구하는 특수 기술 공정 분야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량 양산용 장비가 아닌 연구개발용 장비 위주로 공급하는게 비결이다. 파일럿(시험) 양산 단계이거나 기존 장비·공정에서 새로운 기술 사양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제4기한국을 찾는다. 연구개발 장비를 공급해 안정되면 양산용 장비까지 납품한다.

제4기한국 직원들이 경기도 시흥 본사에서 고객사에 납품할 플라즈마 장비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제4기한국 직원들이 경기도 시흥 본사에서 고객사에 납품할 플라즈마 장비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백 대표는 “일본에도 연구개발 장비만 공급하는 경쟁사가 있지만 고객사가 굳이 한국까지 찾아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웃었다. 제조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공정,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때 상당한 위험(리스크)을 감수해야 한다. 제4기한국은 새로운 시도 중인 기업과 협력해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용이 아무리 높아도 기꺼이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백 대표는 “기업공개(IPO)도 준비했었지만 상장하면 매출 위주 경영을 해야 하기에 수익성이 낮거나 경쟁사가 많은 분야에 뛰어들 수밖에 없더라”며 “이런 방식은 수천억원 매출을 해도 결국 중소기업에 그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제4기한국은 비상장사지만 수익이 발생하면 매년 배당을 한다”며 “지금은 매출보다 기술과 실력을 더 끌어올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일정 규모로 1~2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때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