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접근성 문턱 낮춘 인터넷전문은행, 장애인은 '답답

시각장애인 이용자는 케이뱅크 회원가입 시 신분증 촬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각장애인 이용자는 케이뱅크 회원가입 시 신분증 촬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24시간 시공간 제한 없는 서비스로 금융 접근성을 높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장애인 접근성은 다소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령자 등 정보 접근 약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접근성 인증을 획득했지만 실제 금융 서비스 이용 시 가입조차 쉽지 않았다. 접근성 개선을 위한 대체 인증 방식 도입과 안내 매뉴얼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등이 케이뱅크 가입과 계좌개설 서비스 등을 진행하는 것은 주변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비대면 인증을 위해 도입된 기술 일부가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은 이용이 불가능했고, 안내도 부실했다.

케이뱅크는 모바일 접근성 인증을 받았다(왼쪽). 본인인증 첫 단계에서는 청각장애인 이용이 어려운 전화인증 방식만 진행된다.
케이뱅크는 모바일 접근성 인증을 받았다(왼쪽). 본인인증 첫 단계에서는 청각장애인 이용이 어려운 전화인증 방식만 진행된다.

케이뱅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신분증 촬영 방식 비대면 인증을 거쳐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동작하는 사진 촬영 기능으로 화면 내 특정 영역 안에 신분증을 위치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특정 영역 안에 신분증이 들어오고 초점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당 페이지에 명시된 상담원 통화로도 사진 촬영은 어렵다.

관련 정보 직접 입력, 팩스 제출과 같은 대체 방식이 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 홀로 인증 작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노출을 감수하고 주변의 도움을 얻는 수밖에 없다.

한 시각장애인 이용자는 “비대면 인증 관련 페이지에 명시된 상담원과 통화했더니 주변에 가입 작업을 도와 줄 사람이 없으면 안내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여전히 문턱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인증 단계에서는 타행계좌 확인과 영상통화 등 선택 가능한 인증 방식 두 가지를 제공한다.
추가인증 단계에서는 타행계좌 확인과 영상통화 등 선택 가능한 인증 방식 두 가지를 제공한다.

청각장애인도 첫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전화인증으로만 본인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본인 확인 추가 인증 단계에서는 타행 계좌 확인을 통한 인증과 영상통화를 통한 인증 두 가지 방식을 제공해 선택이 가능하지만 첫 본인 인증은 청각장애인 이용이 어려운 전화 인증으로만 이뤄진다.

금융 인증기관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제공하는 인증 방식에 관련 정보를 직접 입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카드등록 인증 기법 등을 접목하면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한 비대면을 경쟁 무기로 삼은 케이뱅크가 모바일 접근성 인증 획득에만 그칠 게 아니라 사용자 관점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만큼 사회 약자에 대한 IT 편의성을 전통 은행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별도 음성OTP 없이 케이뱅크가 제공하는 휴대폰 OTP를 보이스 오버(아이폰)나 톡 백(안드로이드) 등으로 서비스를 제공, 시각장애인들이 더욱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했다”면서 “좀 더 쉽게 촬영이 가능한 솔루션 등 성능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