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업계, '화력 엑소더스' 시작…8차 수급계획은 관심 밖?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 이전부터 발전업계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석탄화력은 신규 건설을 할 수 없고, LNG 발전은 현 사업자들이 적자경영에 허우적대고 있어 새로 추진할만한 발전소 건설 사업이 없다는 평가다. 그나마 원전 사업에 일부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이는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제외하면 일반 발전사나 건설사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동서발전의 당진화력 9,10호기 전경.
동서발전의 당진화력 9,10호기 전경.

전통 화력발전 탈출은 이미 시작됐다. 발전사들은 이번 8차 계획을 기점으로 대형 플랜트 중심 건설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모습이다. 공급과잉과 반대여론 등으로 국내 전력시장에서 대형 발전소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당장 발전공기업들의 신규 발전소 건설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분당과 울산 등 일부 노후화된 LNG 복합발전소 리모델링 수요를 제외하곤 8차 계획을 통해 새로 들어설 발전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건설직군을 다른 업무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민간발전 업계와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민간발전사들도 현 발전산업 유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6차 전력계획 당시 수립된 발전소 건설이 환경단체 반대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사업포기 사태가 닥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도 지난해부터 발전플랜트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설비 건설은 물론 운영까지 참여해 발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나섰던 모습과 상반된다. 아직은 5차·6차 계획 당시 확정된 건설 프로젝트가 나름 효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더 이상의 신규 발주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만큼 8차 계획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8차 계획부터 거시경제 모델과 함께 산업·가정·빌딩 등 섹터별 수요예측을 하고, 환경과 안전성도 고려하는 등 변화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발전업계는 8차 계획 성격이 어떻든 현 상황에서 발전사업은 전망이 밝지 않고,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해도 투자 유치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발전공기업 임원은 “이번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그냥 관망만 하려고 한다”며 “석탄은 짓지 말라고 하고, LNG는 다 죽는다고 하는 판인데 신규 건설은 일단 멈추는 게 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대안은 GW급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의무가 커지면서 발전사들은 풍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신재생 단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발전공기업들은 올해에만 신재생에너지에 1조원 투자를 확정한 상태다. 하지만 대규모 단지를 구축할 정도로 햇빛과 바람 등 신재생 자원 조건이 좋고 부지확보가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대형 설비 형태의 발전소 모델은 점차 국내 시장에서 설 곳이 없어질 것”이라며 “국내보다는 아프리카 등 전력수급 확대를 위해 화력 중심의 기저발전을 원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