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세상에서 가장 강한 창과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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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세상에서 가장 강한 창과 방패

차기 정부의 핵심 어젠다는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이 될 게 분명하다. 대통령 선거 유력 후보들이 저마다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세부 공약과 방법론은 달라도 지향점은 비슷하다. 실업으로 고통 받고 신성장 동력 부재로 인해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공약을 듣고 있으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걷힐 것 같은 희망이 부푼다.

그런데 앞뒤가 맞지 않다.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이 과연 양립할 수 있을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자리를 줄이는 산업을 키워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를 파는 장사꾼 앞에 선 기분이 든다.

매킨지 글로벌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자동화 기술로 현재 일자리 50%가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이면 100% 자동화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당장 자동차업계가 2021년부터 상용화하겠다는 자율주행자동차는 대리운전 기사나 택시 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이미 언론사에선 AI가 날씨, 기업 공시와 같은 간단한 뉴스를 기자 대신 작성한다. 회계사, 번역가, 변호사 등 전문직은 물론 건설·공장 육체 노동자도 AI와 로봇으로 대체된다.

3차 산업혁명까지 기술의 진보는 인간 노동을 돕거나 보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에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 혁신이 주류를 이룬다. AI는 정신노동, 로봇은 육체노동을 각각 대체한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차라리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는 게 맞다.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대선 주자들의 고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알파고 파란' 이후 AI 시대는 성큼 다가왔다. 반도체 혁신으로 컴퓨팅 능력이 크게 개선됐고,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알고리즘도 발명됐다. 무엇보다 AI를 무럭무럭 키울 빅데이터 인프라도 구축됐다. 과거와 달리 '강한 AI'가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AI와 결합한 로봇은 '포스트 휴먼' 시대까지 예고한다. 앞으로 정교한 AI 로봇을 보유한 기업은 '슈퍼스타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기업이나 국가는 생산성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AI를 지닌 자가 전체 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지 못하면 양극화 밑단의 하류 국가로 전락한다.

이런 위기의식을 감안하면 4차 산업혁명의 공약은 환영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고민의 깊이다.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일자리 감소나 부의 양극화와 같은 문제점까지 숙고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일자리 감소로 말미암아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면 '일자리 공유'와 같은 제3의 길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이것도 해내고 저것도 해내겠다는 백화점식 공약 남발은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감소는 곧 현실화된다. 막연한 기대와 장밋빛 낙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법은 없을까. 유력한 대선 캠프마다 깊은 성찰 후에 진짜 비전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새 정부에도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장지영 미래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