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엽 KERI 원장 "로봇, 에너지, 의료기기를 핵심 연구분야로 육성하겠다"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장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장

“로봇, 에너지, 의료기기를 새로운 핵심 연구 분야로 키워 가겠습니다.”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주력 연구 분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로봇, 에너지, 의료기기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이를 위해 최근 '4차 산업혁명 대응 KERI 중장기 연구개발(R&D)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박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KERI의 역할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면서 “전기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으로 수십 년 동안 축적한 기술을 잘 활용하면 적어도 이 세 가지 분야에서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먼저 KERI 톱다운 과제를 4차 산업혁명 대응 3대 분야에 맞춰 재편하기로 했다. 톱다운 과제는 대형 성과 창출을 목표로 기본 연구 예산 30% 이상을 우선 배정하는 대형·융복합·성장동력 연구다.

KERI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공작기계용 정밀제어 시스템을 비롯해 형광 전자내시경, 로봇용 초정밀 서보 모터, 노인친화형 스마트 보청기 등 19개 제품 및 기술을 'KERI 톱다운 과제'로 정해 집중 개발하고 있다.

박 원장은 초고압직류(HVDC) 컨버터 스테이션(이상 에너지), 로봇용 초정밀 서보 모터, 공작기계용 정밀제어 시스템(이상 로봇), 형광 전자내시경, 스마트보청기(이상 의료기기) 등 3대 분야 투입 연구비를 전체 연구비 대비 7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전체 연구비 가운데 3대 분야 비중은 57%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로봇, 에너지, 의료기기 분야 전략 육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박경엽 KERI 원장.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로봇, 에너지, 의료기기 분야 전략 육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박경엽 KERI 원장.

로봇 분야는 단기로는 인체 심장과 관절에 해당하는 모터와 정밀 연결 부품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중장기로는 제어 기술을 비롯한 로봇 운영 시스템으로 확대한다.

박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로봇 시대라 할 정도로 로봇 사용이 광범위해질 것”이라면서 “로봇의 범위와 연계 분야가 넓어 우리가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지 연구 범위를 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는 국가 전력망, 즉 전체 전력시스템 변화에 대비한 전력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과 분산 전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최신 기술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구 온실가스 감축 문제와 직결된 에너지 산업은 결국 신재생에너지로 귀결된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늘면 분산 전원이 필요하고, 결국 전력 계통을 더 효율 높게 연계 운영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에너지 분야의 최종 목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국가 전력시스템 변화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다.

의료기기는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다. 현재 서울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함께 최신 의료기기 연구개발(R&D)에 나섰고, 성과도 거뒀다. 내시경을 비롯한 의료 영상처리 기기를 시작으로 스마트 보청기, 컬러CT, 3차원 유방암 진단장치 등으로 공동 개발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박경엽 KERI 원장 "로봇, 에너지, 의료기기를 핵심 연구분야로 육성하겠다"

4차 산업혁명 대응 3대 분야 중점 육성 전략에는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가치 있는 연구'를 중시하는 그의 연구 철학이 녹아 있다.

박 원장은 “출연연은 편한 직장이 아니라 연구원의 꿈을 실현하는 도전 무대가 돼야 한다”면서 “개인을 위한 과제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와 인류·국가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과제에 도전할 때 과학기술인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출연연 또한 존재감의 효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