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원연, '난자 성숙'막는 화합물 개발...부작용 없는 피임약 개발 가능

국내 연구진이 기존 피임약의 호르몬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을 개발했다. 호르몬제제의 부작용을 없앤 피임약 개발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이광식)은 방정규 단백질구조연구팀 박사팀이 김남형 충북대 교수팀과 함께 난자의 성숙과 수정을 선택적으로 저해시켜 부작용을 줄인 '고리형 화합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고리형 화합물을 이용한 난자 성숙 및 수정 저해 과정
고리형 화합물을 이용한 난자 성숙 및 수정 저해 과정

그동안 쓰인 피임약은 호르몬제제를 사용해 부작용이 많았다. 임신 중에 다량 생성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을 이용한다. 온몸을 억지로 '임신 상태'인 것처럼 꾸며 메스꺼움, 출혈, 두통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고리형 화합물은 난자 성숙의 특정 지점, 단계에만 작용한다. 난자 성숙과 직결된 '폴로유사인산화효소', 'Emi2'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막는다. 이들 단백질의 작용 지점에 결합, 활동을 저해하는 방식이다. 목표 지점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구조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인산화 기반 합성화합물로 이뤄져 기존 호르몬제제보다 생산비용도 저렴하다.

연구팀은 이미 돼지·쥐 난자 실험으로 고리형 화합물이 난자 성숙 및 수정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방정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단백질구조연구팀장(왼쪽), 김남형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오른쪽)
방정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단백질구조연구팀장(왼쪽), 김남형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오른쪽)

앞으로는 추가 연구를 거쳐 본격적인 피임약품 재료로 활용한다. 우선 유기견, 위해동물 번식차단 약품에 활용한다. 음식물과 섞어 먹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이후 추가 동물실험, 임상실험을 거쳐 사람에 쓰이는 피임약을 개발한다.

방정규 박사는 “특정 단백질의 결합 부위를 타겟으로 삼아 기존 호르몬제제 피임약이 가진 부작용과 단점을 최소화하는 화합물을 개발했다”면서 “낮은 가격으로 더 효과적인 피임 신약을 개발하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