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신고해도 이틀간 사용가능한 후불교통카드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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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박모(34세)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동 중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지갑안에 있던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했다. 이 후 교통카드가 없어 체크카드를 즉시 발급받았다. 그런데 분실물센터에서 연락을 받고 지갑을 찾게 됐다. 분실신고한 신용카드도 들어있었다. 발급받은 체크카드를 찾은 지갑에 넣고 지하철을 타러갔는데 '카드 한 장만 대주세요'라는 안내멘트가 나왔다. 되찾은 신용카드는 분실신고로 결제가 중단된 상태였다. 알고봤더니 카드결제만 막아놓고 교통카드 결제 기능은 그대로 살아있었던 것. 고객센터에 항의하자, 교통카드 결제는 정산 시스템문제로 이틀 뒤에 정지가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분실, 도난 등으로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해도 후불 교통카드 결제 기능은 이틀간 사용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히 말하면 후불 교통카드 결제 기능을 중지하는 데에는 약 48시간이 걸린다. 이를 악용한 블랙컨슈머까지 등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정지시켜도 후불교통카드 기능은 교통카드사업자와 카드사 정산 시스템 문제로 약 이틀간 결제가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제가 중단된 카드로 버스와 지하철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버스와 지하철 결제가 일반 가맹점 정산 시스템과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일반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실시간 승인' 체계를 따른다. 즉시 정산이 이뤄지는 구조다. 때문에 카드를 분실, 도난해 신고를 하면 물품 결제 등은 바로 중단된다.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는 실시간 승인이 아니다. 즉시 정산이 이뤄지지 않고 이동수단이 차고지로 들어가는 시점에 정산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같은 꼼수를 악용한 블랙컨슈머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카드 사업자와 카드사는 이구동성으로 “교통카드 결제까지 실시간 승인 체계로 변경하기 위해 최소 수천억원의 시스템 교체비용이 든다”며 “실제 분실카드 등으로 지하철과 버스에서 부정사용이 이뤄지는 경우는 적다”고 설명했다.

금액이 소액이고, 변제 금액이 적으니 카드를 분실한 고객이 어느정도 이 같은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카드중단시점 이후에 교통카드 결제가 발생해도 그 금액을 분실한 고객에게 청구하지 않고, 카드사가 일절 변제한다.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즉시 중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 5개를 이틀 꼴로 중단시켜 기능이 막히는 시점까지 자유롭게 사용했다”며 “부정사용이지만 금액이 소액이라 카드사가 이를 조사하는 등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지방 여행을 갈때 후불교통카드 분실신고를 한 후, 몰래 이용한 경우도 상당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정사용을 잡아내려면 CCTV를 일일히 확인해야 하고, 경찰 신고 절차가 필요해야 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손해는 거의 없다.

문제는 대부분 소비자가 분실신고 후 교통카드 결제도 함께 차단된다고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 소비자는 “당연히 카드 정지를 신고하면, 교통카드결제 기능까지 중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카드사가 금액을 변제한다 해도 내 카드를 타인이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발급되는 신용카드 중 90%는 교통카드 기능이 내장된다. 누적 기준 최소 8000만장 이상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