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4>공직자가 비겁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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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공직자가 성공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공정하지 않은 인사와 평가 때문에 나온 말이다. 특히 조직과 사람의 재편이 일반화된 정권 교체 시기에는 더욱 실감나게 들린다. '대선 캠프 줄서기'가 필수라는 어이없는 말이 이해될 정도다. 직전 지도자의 업적을 붕괴시켜서 역사를 후진시킨 지도자, 자신의 관심과 권력 유지를 위해 불법을 자행한 지도자를 방관한 공직자가 비겁자라는 이유도 역시 '평가와 인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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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공직자의 비겁함을 나무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보다는 인사권을 쥔 상사를 우선해야 하고, 무리하지 말아야 출세한다는 복지부동이 전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행이라는 이유는 용서가 돼도 상사의 부정에 항의하는 정당한 목소리는 비난 받는 현실이 변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에서도 동일한 비겁함은 계속될 것이다. 당당한 공직자가 대우받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직자 평가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무늬만 공정한 실적 위주 평가는 숫자 맞추기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감동하는 공직자의 모습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소속 부서 또는 조직을 위한 노력, 만들어 낸 법과 정책 가짓수 기반의 평가를 지양하고 국민이 감동하는 봉사 및 기업이 체감하는 정책, 동료의 칭찬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 평가와 공적이 이원화돼 공적을 외면하는 비겁함을 피하기 위해서다. 소수의 비겁한 공직자가 선량한 대부분의 공직자를 추월하는 평가 제도는 필히 변해야 한다.

평가의 정당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이 처벌되는 비민주 환경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도자가 솔선해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같은 조악한 방식의 지휘 체계를 버리고 공직자가 마음껏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공직자에게 국민과 나라를 위해 소신 있게 말과 행동을 하라고 '철밥통'이란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공직자의 비겁함보다 말하는 자유를 앗아간 지도자를 탓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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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당당하기 위해 공정한 인사는 필수다. 실력과 업적 기반의 인사가 이뤄지면 공직자가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인사와 실력이 별개라면 당연히 공직자는 비겁함을 감수하고 '줄'을 찾아다니게 된다. 이제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낙하산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공직자의 한숨 소리를 여기저기에서 듣게 될 것이다. 차기 정부의 정책 설정에 동참하지 않은 채 낙하산을 타는 것은 비겁함의 극치다.

인사권자의 자율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눈에 익은 인물보다는 적합한 인사를 중용하는 인사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인사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을 평가하고, 이를 중심으로 인사를 시행해 신뢰 사회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의료 분야에서 사람 생명에까지 관여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인사를 주도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10일 남짓 남았다. 대선 후보들을 면면히 살펴보고 공약을 검토해 봐도 부족한 점이 많아 국민은 불안하다. 이제 이 부족함을 채워야 하는 공직자들 스스로가 비겁해져서 정의를 포기하지 않도록 차기 대통령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5년 후에는 국민과 공직자들이 퇴임하는 대통령과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새 역사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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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