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창구'를 눌렀다...IT뱅크, 금융권 30년 카르텔 '와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돌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리 우대로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가입자 속도와 상품 경쟁력에서 전통의 금융사 카르텔을 깨는 '메기효과'가 시작됐다.

기존 금융사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부터 대출 상품에 이르기까지 수십년 동안 전방위 '금리 카르텔'을 형성했다. 이로 인해 금리 경쟁 시도는 전무했고, 상담 창구와 무인 점포 등에서 연간 수천억원대의 부과 수익을 올렸다. 반 서민 기조라는 비판에도 요지부동이던 관행이다.

수수료 제로, 창구와 지점이 필요 없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모바일 카드 등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카르텔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기존 은행이 금리를 낮춘 상품을 속속 출시하는가 하면 카드사와 저축은행으로 경쟁 구도를 확대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서비스 개시 2주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고객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진다.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선 주요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비교하면 아직 작은 규모지만 기존의 고객층 없이 제로(0)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점과 빠른 증가 속도는 기존 은행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케이뱅크는 24시간 시공간 제약 없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 기존 은행의 고객 불편을 해소했다. 모바일 채널 장점을 극대화해 항상 접근 가능한 생활금융 플랫폼을 지향했다.

짧은 점심시간 외에는 평일 업무시간 내 은행 창구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한 직장인 등 30~40대 이용자를 빠른 속도로 끌어들였다. 미래 핵심 금융 소비 주체이자 점포 방문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10대, 20대에게도 인지도를 높였다.

케이뱅크 흥행에 시중은행은 모바일에 특화한 생활 속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며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저축은행이 주력으로 삼은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도 높은 상품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전선이 확대되는 추세다.

케이뱅크는 일본의 성공 신화를 일군 '지분뱅크' 모델을 한국형으로 이식하며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 토대를 닦았다. 지분뱅크는 지분 50%를 가진 도쿄미쓰비시은행으로부터 고객을 유치하고 나머지 지분 절반을 가진 통신사(KDDI) 고객에게는 금리우대 등을 제공, 이탈을 방지했다. 일본의 스마트폰 사용자 급증과 함께 연평균 성장률 86%로 지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모행과의 상호보완 관계나 통신사 고객 연계 영업 등 우리은행과 KT가 대표 주주사로 출범에 참여한 케이뱅크도 적극 참고한 모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초반 가입자 급증에도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한 것에는 전문 역량을 갖춘 주주사와 계열사의 역할이 컸다. 예비 인가 직후부터 신속성과 보안성을 고려해 계정계는 뱅크웨어글로벌, 채널계는 이니텍, 정보계는 KT DS, 인프라는 우리FIS가 각각 담당·구축했다. 금융 인프라, 전산 시스템 등 분야별로 기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기업이다.

출범 전부터 지속 제기돼 온 보안 우려 해소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시스템 인프라 이중화는 기본이고,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완벽하게 따로 구축한 '물리적 망분리'를 적용했다. 다양한 정보보호 시스템과 함께 24시간 365일 보안 관제를 운영한다.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적용 영역을 회원 가입부터 계좌 개설, 자금 이체, 대출 실행 등 은행 업무 전 방위로 확대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