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차 급속충전기 '콤보'만 보급한다...충전방식 단일화 급물살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콤보1' 방식으로만 보급하기로 했다. 충전인프라 최대 구축사업자인 한전의 행보로 국가표준(규격) 단일화 방침을 세워놓고 적용 시기를 고심하던 정부의 충전방식 단일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5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내년부터 아파트·공동주택 등과 공용시설물에 구축·보급하는 급속충전기의 종전 '콤보1(TYPE1)' '차데모(CHAdeMO)' '교류 3상' 세 가지 규격을 내년부터 콤보(TYPE1)로 통일한다.

한전은 기존 차데모나 교류3상 규격 전기차 이용자를 고려해 올해까지 종전 3개 규격을 유지하고 내년 발주 물량부터 콤보1로 단일화한다. 한전이 이미 구축한 급속충전기 500기를 포함해 올 연말까지 구축하는 800기는 3가지 규격을 따르지만 내년 1000기 이상 설치 물량부터는 콤보1만을 채택한다. 전기차 확산을 위해서는 충전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 충전기 표준화는 인프라 구축 비용은 줄이면서 사용자 편의를 높일 수 있다.

한전이 전기차 급속 충전기 표준방식을 '콤보(TYPE1)'로 통일한다. 시그넷이브이 직원이 콤보1(왼쪽)과 '차데모' 커넥터를 비교하고 있다.<전자신문DB>
한전이 전기차 급속 충전기 표준방식을 '콤보(TYPE1)'로 통일한다. 시그넷이브이 직원이 콤보1(왼쪽)과 '차데모' 커넥터를 비교하고 있다.<전자신문DB>

충전 규격을 단일화하면 급속충전기(50㎾h급) 가격은 기당 1700만~1800만원에서 500만원가량 낮아진다. 설비 무게도 400㎏에서 200㎏, 부피도 30%가량 줄어든다. 충전설비 제작·생산비, 운반·설치비까지 절감된다. 결국 한정된 예산에서 더 많은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고장 확률도 줄어들고 복잡했던 충전기기 사용법도 간소화된다.

최근 국가표준을 콤보1 단일화로 정해 놓고 적용시기를 고심하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표준화 작업에도 힘을 받게 됐다. 전기차 충전기 민간 보급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충전기 단가 인하로 한정된 예산에서 더 많은 물량을 구축하는데 유리하게 됐다.

여기에 국내 출시된 국내외 전기차 모델의 충전 규격은 '콤보1'을 채택하거나 점차 바뀌는 추세다. GM과 BMW에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올해 출시 모델부터 차데모에서 콤보1을 교체했다. 기아차도 내년 출시하는 스포츠유틀리티(SUV)형 전기차부터 콤보1을 쓴다. 차데모를 쓰는 전기차는 2014년 출시된 기아차 '쏘울EV'와 닛산 '리프'가 전부다. '교류 3상' 규격은 르노삼성 전기차 'SM3 Z.E.'만 채용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콤보1'으로 급속 표준 규격을 단일화함에 따라 내년부터 민간과 사업자를 대상 보급하는 급속충전기는 '콤보1'으로 통일한다”면서 “차데모, 교류3상 이용고객을 고려해 올해까지는 종전 방식을 유지해 불편함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