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윤씨가 태양광발전소 사장이 된 까닭은

충청북도 청주에서 옥수수와 콩을 키우던 농부 윤 모씨는 얼마 전까지도 상경을 고민했다. 농사만으로는 가계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최근 생각을 고쳤다. 농촌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면서 안정적인 가계수익이 예상되면서다. 윤 씨는 앞으로 나올 농촌 태양광 사업에 추가로 참여할 생각이다.

농촌태양광 1호 착공식이 25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 일대에서 진행됐다. 정운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왼쪽 다섯번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왼쪽 여섯 번째) 장관 등 참석자들이 시삽식을 하고 있다.
농촌태양광 1호 착공식이 25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 일대에서 진행됐다. 정운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왼쪽 다섯번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왼쪽 여섯 번째) 장관 등 참석자들이 시삽식을 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미원면과 남성면 일대 화양계곡 줄기를 따라 옹기종기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태양광발전소가 드넓게 펼쳐진다. 이곳은 정부 신재생 보급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추진된 농촌 태양광 1호 지역이다. 25일 착공식이 열렸다.

이르면 10월부터 마을 밭과 축사 지붕 위 태양광 발전소가 전력생산을 시작한다. 관할 농협을 통해 13가구(가구당 31㎾~396㎾, 총 1.44㎿ 설치)가 참여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공급인증서(REC) 판매에 따른 수익을 나눠 갖는다.

평범한 농부였던 윤 씨가 농촌 태양광 소식을 접한 건 지난해다. 정부가 농가소득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 달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부진한 농사 수익 때문에 상경을 고민하던 그에게는 어쩌면 농촌에서 마지막 도전이었다. 가족회의에서 얘기를 꺼내자 가족 모두 “한번 해보자”며 동의했다.

정부 지원 등 좋은 조건이 윤 씨와 가족 마음을 움직였다. 사업을 위해 크게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장기저리 정책 융자 우선지원, 장기고정가격 입찰시장 전력판매시 우대 등이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일반 태양광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보였다. 여기에 에너지공단과 농협이 사업컨설팅과 시공업체를 알선해줬다.

윤 씨는 배 이상의 소득을 기대했다. 그가 보유한 설비는 약 100㎾ 수준이다. 400~500평 땅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옥수수와 콩을 키웠을 때는 잘 해야 1년에 500만원 정도 벌었다. 이목작을 해도 최대 기대 수익은 800만원 수준이다. 태양광 농사는 연 2000만원 소득이 예상된다. 상경을 고민하던 윤 씨가 다시 전원생활로 마음을 고쳐먹은 이유다.

윤 씨는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어 상경을 고민했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던 와중에 농촌 태양광은 새로운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곳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사업에 참여했고, 미래 수익 기대도 큰 만큼 다음 사업에도 꼭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촌 태양광 사업에 기대를 거는 이는 윤 씨 뿐만이 아니다. 올해 1월부터 전국 8개 권역별로 열린 수요조사 결과, 사업 참여의사를 보인 농가는 680여 곳에 이른다. 심화되는 농가 고령화와 소득부족 문제 해법으로 태양광이 떠오른다.

1호 사업 지역인 미원면·남성면도 최근 고령화로 휴경지가 증가했다. 기후변화에 지역 특산물인 사과와 옥수수 판매수익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1호 사업 이후 태양광은 지역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농민도 지역 농협을 찾아 문의하는 등 참여 농가가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000호, 2020년까지 1만호로 농촌 태양광을 늘릴 계획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착공식에서 “농촌 태양광은 주민 참여형 모델의 대표 사례”라면서 “유휴부지에서 태양광 밭을 일군다면 농가소득 증대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