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이학성 블리자드 테크니컬 아티스트

“제가 군대에서 사격조교였거든요. 다녀오신 분은 알겠지만 총을 제대로 쏘려면 가늠자와 가늠쇠가 일직선이 돼야 하고 지면과 총기가 수평을 이뤄야 햐죠.”

이학성 블리자드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군대 이야기를 하자 남성 청중들이 '와' 하고 웃었다. 외국 유명 게임사에서 일하는 개발자가 한국 군대 이야기를 하니 친근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학성 씨는 국내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게임 개발자다. 블리자드 안에서 흔치 않은 한국 '토종' 아티스트다. 이 씨는 블리자드 온라인 1인칭슈팅게임(FPS) '오버워치' 디자인을 담당한다. 개발자와 아티스트 사이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게임 내 효과 등을 제작한다.

이학성 블리자드 테크니컬 아티스트
이학성 블리자드 테크니컬 아티스트

이 씨는 25일부터 넥슨 사옥 근처에서 열린 넥슨개발자회의(NDC)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25일 오버워치 개발 경험을 전하는 강연을 했다. 수백명이 모여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는 “군대를 전역하고 취업과 유학 둘 다 준비했다”면서 “대기업 면접에 떨어지고 같은 포트폴리오로 미국 학교에 붙은 것이 지금 블리자드에서 일하게 된 계기”라고 발했다. 이 씨는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픽사 애니메이션를 보고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다”면서 “그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게임, 애니메이션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이 길에 매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아카데미오브아트유니버시티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사이오닉스를 거쳐 게임개발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블리자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 씨는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외국어'와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그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소통 문제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산업디자인을 지망한다면 자기만 할 수 있는 확실한 색깔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리자드 등 해외 기업 장점은 소통과 정확한 일의 분배를 꼽았다. 프로젝트 리더가 가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팀원들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일을 분배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근이 없지 않지만 최소화 하고 불가피 할 때는 보상 기준이 명확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블리자드 입사 당시 아침 10시부터 6시까지 면접을 본 일화를 소개했다. 같이 일한 팀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와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었다.

이 씨는 “블리자드 안에서 어떤 제안을 할 때 처음부터 '이건 이래서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