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되면 산하기관도 꼼짝 못해"…희한한 인사혁신처 채용설명회

인사혁신처 소속 공무원이 해외 채용설명회에서 “공무원이 되면 산하기관 직원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공직문화 혁신을 담당하는 인사처가 공직지망생 앞에서 오히려 낡은 문화를 강조해 논란이다.

26일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처 A사무관은 지난달 22일 미국 UC버클리에서 열린 해외 인재 채용설명회에서 “옆 출연연 설명회에 (중앙부처) 사무관이 왔는데, (출연연은) 소관기관이라 저기 있는 사람 모두가 나이 어린 사무관 한 마디에 꼼짝 못한다. 공무원이 되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예비 공직자' 앞에서 공무원이 되면 산하기관 직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선전한 셈이다.

"공무원되면 산하기관도 꼼짝 못해"…희한한 인사혁신처 채용설명회

이날 행사는 인사처가 해외 인재의 공직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인사처는 미래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1개 출연연구기관과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A사무관은 인사처 행사장이 한산하자 출연연 관계자에게 “출연연 부스에 있는 사람 모두 인사처 설명회장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출연연 측이 마지못해 30여명을 인사처 행사장에 보냈다. 여기서 문제 발언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출연연 사람이 저 사람(사무관)에게 꼼짝 못한다' '5급 공무원으로 들어와 근무하면 원장 자리로 갈 수 있다' '실제 출연연 원장으로 가신 분도 계신다'는 말을 확실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인사처 사무관이 공개석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그런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부적절한 처신은 27일 뉴욕영사관 설명회에서도 이어졌다. A사무관은 출연연 행사를 중단하고, 참석자 전원을 인사처 설명회장으로 이동시키라고 요구했다. 출연연 측이 난색을 표하자 고성을 지르며 강요했다.

결국 출연연 행사 직전 인사처 행사 참석 요청 안내가 공지됐다. 수십명이 인사처 설명회장에 들렀다. 출연연 행사는 약 한 시간 차질을 빚었다.

과학기술 발전, 유능한 연구자 확보에 노력하던 연구기관 관계자는 허탈해 했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산하기관을 무시하는 발언과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인사처는 “공직 장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사팀에 조사 의뢰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사무관은 “공직의 장점, 공직자로서 자부심을 부각하려는 의지가 앞서다 보니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참석자 이동은 협의로 이뤄진 것으로, 강요는 오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