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최태원 SK회장, 반도체 사업 업그레이드 승부수 던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의 대도약 기치를 내걸었다. 지금까지 D램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해 온 SK하이닉스의 포토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플래시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도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게 핵심 구상이다.

최 회장이 직접 대규모 투자, 합병, 분사 등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SK그룹의 최대 관심사도 반도체사업 구조 재편에 맞춰지고 있다.

첫 결과물이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시켜서 독립법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하자는 '성장안'이다. 이 방안은 SK하이닉스 실무진이 먼저 내놨다. 그러나 최 회장이 마지막까지 이 사안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최종 재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분사안을 보고받은 후 “파운드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마라”고 지시했다.

신설 법인 초대 대표이사로 SK그룹 내 사장급을 내정한 것도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사장급 인물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신설 법인의 위상은 남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근래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확대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투자와 합병 등 굵직한 사안은 물론 기술력이 있는 협력사의 지원까지 챙긴다.

2015년 8월 25일 최 회장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신공장인 M14 준공식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46조원을 투자, 반도체 공장 3개를 짓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이천과 청주에 신공장을 하나씩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계획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낸드플래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일본 도시바의 인수에도 힘을 쏟는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4개월여 동안 이어지던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일본을 택했다. 도시바 인수건을 챙기기 위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내 SK하이닉스의 비중이 가장 클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최 회장이 현안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필요로 하는 반도체 소재, 재료 분야와 관련해 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 신사업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SKC솔믹스 등은 각각 SK하이닉스에 공급할 반도체 생산 재료와 소재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가시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료, 소재 공급사인 SK머티리얼즈(OCI로부터 인수), LG실트론(LG로부터 인수) 인수합병(M&D)도 최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최 회장은 반도체 협력사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유망 장비 재료 협력사를 발굴, 파격 지원 지시를 내렸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 결과물로 협력사 가운데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 APTC, 광학 측정 장비를 다루는 오로스테크놀로지, 전자파차단(EMI) 차폐재 재료 업체인 앤트리움을 기술 혁신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최소 구매 물량을 보장받았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SK하이닉스가 양산 라인에 도입하겠다고 보증했다. SK하이닉스 생산 라인에서 장비나 재료가 우선 평가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SK하이닉스는 기술 개발 자금도 제공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현대자동차를 완전히 누르고 국내 시가 총액 2위 기업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면서 “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SK하이닉스와 관련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25조원, 영업이익은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대비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200% 성장하는 것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