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순수파운드리, 조급증은 금물이다

SK하이닉스가 '퓨어(순수)파운드리' 자회사를 만든다. 파운드리사업 드라이브를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타이밍도 좋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사물인터넷(IoT)용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고, 전망도 매우 밝다. 현재 세계 200㎜ 파운드리 공장은 풀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유일 순수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도 지난해부터 사상 최고 실적을 계속 경신했다.

SK하이닉스가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경쟁사에 비해 실적이 부진했다. 파운드리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도 1%가 안 된다.

이유로는 업력이 짧다는 점과 종합반도체(IDM) 소속 사업부로 운영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업력이 짧다는 것은 다양한 시스템 집적회로(IC)용 생산 공정을 확보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 비즈니스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는 다양한 경험과 IP가 영업의 경쟁력이다. IDM 내 사업부에 속해 있으면 권한과 책임에 한계가 있다. 수십조원의 매출이 기본인 메모리사업부에 대한 의존과 상대적 박탈감은 성장의 걸림돌이다.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메모리 사업부 임직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파운드리사업부는 위축된 분위기다.

7월 1일자로 새롭게 출범하는 'SK하이닉스시스템IC(가칭)'은 독립 자회사다. IDM 내 사업부로 있을 때보다 권한이 커지고, 책임 경영도 가능하다. IDM 울타리에 있을 때보다 고객사 영업이 자유로워진다.

최태원 회장은 파운드리사업부 분사를 최종 재가하면서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지원을 아끼지 마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해진다. 또 신설법인 초대 대표이사도 그룹 내 사장급 인물을 내정, 회사 위상을 키웠다.

시스템반도체와 순수파운드리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산업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투자와 배려를 통해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성장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