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앞으로도 지주사 전환 추진 계획이 없고, 순환 출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이 사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주사 전환 검토를 일시 중단하거나 잠정 중단이 아니라 앞으로도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명확히 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재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계획이 없다”면서 “순환 출자는 여러 계열사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과 시점을 찾아 전부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논의는 지난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할 것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악영향이 존재,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고, 이번에 최종 포기 선언을 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 자격으로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특별한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포기에는 이 부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포기 이유가 실익이 없고, 리스크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하지만 계열회사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 동의가 필수여서 단독 추진이 어렵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보험업법이 규정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지주사 전환을 결정한다고 해서 금방 되지는 않고, 실질적으로 이사회 결의 후 완료 시까지 5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된다. 법 개정은 그 기간 내에 언제든 시행 가능한 리스크가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하면 현재 발의된 개정법안 제정 작업이 가속화돼 케이스에 적용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향후 기존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책임경영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 대신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한 '거버넌스 위원회'를 가동한다. 주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 사항 심의와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역할을 맡는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