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전자-주력 계열사별 책임경영 유지

[이슈분석]삼성전자-주력 계열사별 책임경영 유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추진을 포기하면서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삼성이 전자 지주사와 금융 지주사 양대 축으로 재편할 것이란 재계의 예측도 틀어졌다. 현재로서는 삼성전자는 현 체제를 유지하고 계열사도 각자도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구속 상태인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가 향후 지주사 전환 논의에 새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검토 5개월여 만에 27일 전격 포기를 선언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인력 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시장에는 충격이 컸다.

이날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과 함께 시가 40조원 이상의 자사주 소각 등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했다. 지주사 전환 포기라는 악재에도 주주 달래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기대하던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던 삼성물산과 삼성SDS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SDI 등 주요 그룹주 역시 하락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으로 인한 기업가치 상승과 보유지분 가치 증가 등의 기대가 무산된 때문이다.

삼성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도 알 수 없게 됐다. 전자 지주사는 무산됐고, 금융 지주사 역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도 지주사 전환 재추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자사주를 대거 소각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발표에 힘을 더한다.

삼성전자에 대해 오너 일가가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가지려면 지주사 전환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상법상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기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력 분할을 하면 지주사는 자사주 비율만큼 사업회사 지분을 갖게 된다. 이때 자사주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결국 지주사의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가 사업회사에 지배력을 갖게 되는 '자사주 마법'이 일어난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검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40조원에 이르는 자사주를 소각시키면 인력 분할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사라진다.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인 것도 지주사 전환에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 지주사 추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삼성이 금융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융 지주사는 전자 지주사보다 복잡해서 검토할 것이 더 많다”면서 “현재 (삼성의 지주사 전환에 비우호적인) 분위기로는 지주사 전환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포기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되면서 각 계열사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된 상황이어서 계열사들의 각자도생이 한층 중요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속된 이 부회장의 거취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부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총수 구속에다 미래전략실까지 해체,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할 추진 체계도 사라졌다.

변수는 이 부회장의 거취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 지주사 전환을 포함해 새로운 지분·사업 재편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아직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오너가 지배 구조 강화를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이나 다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 변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