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 지주사 포기는 '법과 여론' 부담

[해설]삼성 지주사 포기는 '법과 여론' 부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 핵심 요인은 '법적 리스크'와 '여론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지주회사 전환 포기를 선언하면서 '전환 과정에서 수반되는 문제'와 '지주회사 전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 추진'을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지주사 전환을 주도할 주체가 힘을 잃었고, 법 개정 부담까지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논의가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이 알려지면서다. 이 제안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론화된 것은 5개월 전이지만 실제 개편 논의는 몇 년 전부터 수면 아래에서 진행돼 왔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시작된 2013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서 수년 동안 검토해 온 지주사 전환 계획을 포기한 것은 법과 여론 부담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사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검토할 때부터 삼성전자와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변수가 된 것은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다. 이미 국회에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데다 최근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안 통과를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인력 분할을 할 때 자사주에 의결권을 가진 분할 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지주사 설립을 추진할 경우 법 개정 논의가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이 부회장 구속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수 부재 상태여서 추진 동력이 약해진 데다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여론도 한 몫 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주사 전환 등을 추진하면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이점이 크지 않다는 것도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운 제반 여건에도 현재 구조 대비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어 주주 가치와 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사업구조는 스마트폰·TV 등 세트 사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경기가 하락해도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술과 설비에 대한 선제 투자를 통해 안정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고수익 사업에서 창출하는 수익을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활용하는 등 선순환 사업 구조가 지속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이는 다른 글로벌 IT 기업이 가지지 못한 삼성전자의 강력한 장점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