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트럼프, '미국이 맺은 모든 무역협정 재검토' 행정명령

취임 100일 트럼프 美대통령 ‘무역협정 재검토’ 행정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미 백악관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미 백악관 홈페이지)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국이 맺은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에 '재협상 또는 종료' 의지를 공식화했다. 미국 중심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본격화됐다. <관련기사 3면>

행정명령으로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180일 안에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는 무역협정을 전면 조사한 후 해결책을 포함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현재 무역협정 하에서 규정 위반이나 남용 사례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행정명령”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주요 교역 상대국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협정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자 협정을 맺지는 않았지만 WTO 체제에서 최대 수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스 장관은 “WTO가 관료주의적이며 구조적으로 수출국 편의를 봐주는 데 치우쳤다”면서 “WTO 같은 조직의 조항은 항상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세계 제1 수입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에서 미국에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협정 내용을 부각시킨 후 재협상 계기로 삼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라면서 “곧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한·미 FTA와 NAFTA를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간 재앙이라고 맹비난하며 재협상 의지를 밝혔다.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실제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비용을 연계해 조만간 출범할 한국 차기 정부를 압박하려는 협상 전략으로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아직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공식 요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양국 통상라인을 이용해 배경을 파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한·미 FTA에 관련한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바 없고, 행정명령 종료 시한도 180일에 달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사안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되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핵심 기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행보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돼 관세율이 조정되면 우리나라는 향후 5년간 최대 170억달러(약 19조4000억원) 수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에 맞설 우리 정부의 대응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