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 한반도 위기 언급 '불발'

올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정식 의제로 상정한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공식언급 없이 자연 폐기됐다.

아세안 정상회의 한반도 위기 언급 '불발'

외신 보도에 따르면 29일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는 의장성명 발표없이 폐막했다. 의장 성명 불발로 한반도 위기와 남중국해 갈등, 중국 군사기지화 우려 등에 대한 언급도 모두 물건너 갔다.

이번 정상회의 불발은 중국의 압력행사의 영향이 컸다. 비회원국인 중국은 의장국인 필리핀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고, 의장인 투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회원국들의 반발을 샀다. 성명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나름 세심함을 기울였지만 의장성명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정상회의 회원국 외교관들에 따르면 마닐라 주재 중국 외교관들은 성명 초안에 담겼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과 군사기지화에 관한 언급을 빼기 위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했다. 또 초안에는 북핵 등 최근 한반도 사태에 대한 우려와 북한의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즉각 준수 촉구의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중국해 갈등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입장 표명도 무산됐다.

대신 각 회원국 별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다. 의장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북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긴장고조의 원인이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미국에게 있다는 발언을 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길로 선회하려면 아세안이 강경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