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새 정부, 메기(?)를 투입해라

지난달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1부 리그 승격 티켓을 확보했다. 세계 랭킹도 일본을 제쳤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전환점 또는 기적이라고 한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차치하고 신체 조건과 체력 열세, 열악한 환경을 극복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외신도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성적을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와 수영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과 견줄 만하고, 2002 월드컵 4강 신화에 손색 없다고 한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성공 비결로 감독의 리더십은 물론 귀화 선수의 활약 등이 손꼽힌다.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백지선 감독의 순혈주의 극복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기대 이상 성과는 막강한 경쟁자 출현이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메기 효과를 제대로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력한 외국인 귀화 선수와 경쟁하며 국내 선수 기량이 향상됐고, 팀 전체 기량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는 침체된 조직에 추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처방이 필요할 때 자주 거론되는 용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천적이나 경쟁 상대가 없으면 나태해지고 역동성이 떨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조직은 곳곳에 진입 장벽을 세우고 경쟁을 제한하려 한다. 개방과 경쟁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건 인지상정이다. 경쟁자가 늘면 본래 몫이 줄어들 게 분명한 데 환영할 리는 만무하다.

오늘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탄생한다. 새 정부가 직면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전례 없는 위기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협력과 타협, 협치가 불가피하다. 분명한 건 고인 물은 썩고, 경쟁이 없는 조직은 도태된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지역, 계파, 노선, 패거리에 집착하고 끼리끼리 문화에 매몰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반대로 이념이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참신하면서도 강력한 인물을 중용하면 정부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정부의 역동성이 늘어나는 건 국민의 삶은 물론 국가 발전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마치 미꾸라지로 가득 찬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투입하면 미꾸라지가 메기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피해 다니는 것처럼, 메기가 미꾸라지 활동력을 높이고 생존력을 강하게 만드는 것처럼 정부도 마찬가지다. 부처 간 경쟁할 수밖에 없는 정부에선 긴장감이 유지되고, 궁극으로는 활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미꾸라지만 있는 수조에선 활력을 잃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천적도 없고, 경쟁도 없는 데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하면 억측일까.

계파와 노선·여야를 막론하고 역량 있는, 메기(?) 같은 인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실효성 없음이 증명된 지역 안배 등 보여 주기식 처방은 금기시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두 가지는 두고두고 지켜볼 참이다. 하나는 그들만의 패거리 정치를 하는 지와 메기를 투입할 지, 어떤 메기를 얼마나 투입할 지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

[데스크라인]새 정부, 메기(?)를 투입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