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국회를 처음 찾아 “국회 협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임 비서실장의 첫 발걸음도 국회를 향해 새 정부의 '협치' 의지를 드러냈다.
임 실장은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국회 협력 없이는 우리 사회가 처한 경제, 외교 문제를 한 발자국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야당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듣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자신의 임명에 대한 한국당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주화운동 세대의 대표적인 분인데 정우택 원내대표와 가장 대화가 잘 된다는, 원만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았다”면서 “참모들 역시 우 원내대표가 하신 것처럼 합리적이고 소통하면서 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관용의 정치'를 당부했다. 그는 “승자가 되면 독식을 하는 문화가 있었고 패자를 누르는 행태가 많이 있었다”면서 “임 실장도 정치, 사회 경험이 많이 있기 때문에 관용의 정치라 하면 어떤 말인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에 대한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가 발표되고 나니 NL(민족 해방), PD(민중 민주)계가 청와대에 포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어제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가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정제되지 않은 아이템을 내정된 신분에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에 앞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외교와 안보 이런 문제는 야당의 말에 정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면서 “국회에서 많이 지도해주시고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주 대행은 “도울 일은 적극 저희가 돕겠다”면서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말해서 선거 때라 저런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취임 직후부터 인사 발표가 나는 걸 보니 과연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 있을 정도의, 혹은 사납게 짖고 싸울 정도의 자신이 없으면 그 자리를 맡으면 안 된다는 것이 럼스펠드 원칙 1번에 나와 있다”면서 “조선시대 대간처럼 누구도 말 못할 것을 과감하게 얘기해서 민심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