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이통속도, 빨라야 하는 이유

2006년 3세대(3G) 이동통신 대표 기술인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이 상용화됐을 당시 통신 속도는 144kbps~2Mbps였다. 지금에 비하면 거북이 속도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음성과 단문메시지(SMS)에 불과하던 이동통신 서비스가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와 인터넷 서핑으로 확대됐다.

[전문기자 칼럼] 이통속도, 빨라야 하는 이유

이동통신사는 무선응용프로토콜(WAP)을 활용한 자체 모바일 포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휴대폰에는 각각 'NATE' 'magicN' 'ez-i' 버튼이 생겼다. 버튼을 누르면 이통사 제공 브라우저가 열리면서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었다. 연예인 화보집, 멜론 같은 부가 서비스도 생겨났다. 화질은 떨어졌지만 영상 통화도 가능해졌다.

3.5G격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은 최고 속도 14.4Mbps로 WCDMA의 7배 이상으로 높였다. 모바일 서비스 품질은 향상됐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 대용량 파일도 무리 없이 보낼 수 있게 됐다.

2011년 롱텀에벌루션(LTE)이 상용화되며 통신 속도는 75Mbps로 빨라졌다. 서킷(음성)이 아닌 패킷(데이터)을 쓰는 HD보이스로 통화 품질이 좋아졌다. HD 영상통화도 가능해졌다. 일일이 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은 복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발전했다.

LTE는 LTE-A(어드밴스트) 기술로 진화하며 속도가 150Mbps, 225Mbps로 빨라졌다. 그리고 LTE 최고 기술인 5밴드 주파수집성(CA)을 활용한 700~800Mbps 서비스 상용화를 앞뒀다. 1GB 영화 한편을 10초면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물론 수백 Mbps 속도를 이용자 모두가 체감할 수는 없다. 해당 지역에 주파수가 공급되는지 최신 단말인지에 따라 제한이 있다. 이통사 마케팅 수단일 뿐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속도로도 충분하며, 더 이상 속도 향상은 필요 없다는 주장도 많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이통사가 속도 경쟁을 펼쳐 왔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 건 사실이다. 3밴드 이상 LTE-A 서비스는 주파수별 기지국이 모두 설치된 수도권과 주요 도시 중심으로 서비스된다.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맞다.

그러나 더 이상 속도 향상이 필요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이동통신 속도 향상으로 앞에서 소개한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했다. 콘텐츠와 장비를 비롯한 전·후방 산업이 동시에 발전했다. 더 빨라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장 모두가 체감할 수 없고 지금 속도로 충분하다고 해서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상자 안에 가둬 준 벼룩은 나중에 꺼내 놓아도 그 상자 높이만큼밖에 점프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통사는 새로운 통신 세대 기술을 개발한다. LTE보다 최소 200배 빠른 '5G'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홀로그램,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쓰이면서 삶의 모습을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 이통사 등 관련 기업의 노력에 관심과 함께 격려가 필요한 때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