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대전 전초전 성적표 나왔다...하반기실적 IB역량에 달려

하반기 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형 증권사들이 1분기 일제히 좋은 실적을 거뒀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조기 상환과 거래대금 증가, 기업금융 및 연금자산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세계 경제 호황과 함께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에 2분기 실적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시 호황으로 인한 위탁매매 증가는 일시적인 추세인 만큼 하반기 시행될 초대형IB 제도에 대비해 역량 강화에 나서는 추세다.

16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을 끝으로 각 증권사들은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5개사는 1분기 실적이 일제히 전년 대비 급증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 3개사는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넘기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

한국투자증권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4.4% 증가한 1301억원을 기록해 증권업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리테일부문뿐 아니라 해외부동산투자 등 대체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 전략이 적중하면서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합병 이후 처음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각각 1102억원, 1088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모두 위탁매매, 자산관리(WM), IB 부문 등 각 영역에서 고른 실적을 거둔 것이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옛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모두 특정 분야에 쏠림을 갖던 회사였지만 합병 이후 각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기록하며 수익구조가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NH투자증권 순이익은 886억원으로 합병 이후 가장 양호한 분기 실적을 거뒀다. 특히 상품운용과 이자이익은 1490억원에 달해 지난해 분기 평균 650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삼성증권 순이익은 558억원을 기록해 지난 2년 내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을 올렸다. ELS 조기상환 이익 증가에 힘입어 파생결합증권 판매 수익이 직전 분기 51.4% 늘었다.

대형 증권사 1분기 실적 강세는 ELS가 주로 견인했다. 지난 2~3월 ELS 조기상환 및 발행 잔고는 14조원, 17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ELS 조기상환에 힘입어 5개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증권업종 전체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16일 한국상장사협의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분할합병을 마친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15개 상장 증권사 순이익은 3946억원으로 전기(2451억원) 대비 1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를 제외해도 1200억원 가량이 늘었다.

실제 증권업종의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증권업종 지수는 연일 52주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KRX증권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2.99% 상승한 701.06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ELS 조기상환 및 재판매 수수료 수익 인식으로 대형사 위주 실적 개선이 있었다”며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LS 조기상환으로 1분기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을 기록한 만큼 2분기 및 하반기는 제도 변화에 대비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조기상환이 줄어도 2분기 이후 수익이 방어될 것”이라면서도 “단기 실적은 완연한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업황과 결합된 결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IMA와 발행어음의 허용은 이러한 관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초대형투자은행의 단기금융업무와 관련 조달보단 운용 측면에 주목한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초대형 IB들의 역마진 리스크를 피하면서 적절한 위험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 2017년 1분기 5대 증권사 실적 비교 (단위:억원)

자료: 각 사

<표> 2017년 1분기 상장 증권사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변화 추이

자료: 한국거래소, 한국상장사협의회

초대형IB대전 전초전 성적표 나왔다...하반기실적 IB역량에 달려

초대형IB대전 전초전 성적표 나왔다...하반기실적 IB역량에 달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