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확보에 뛰어든 병원, 빅데이터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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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 데이터 확보전이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사활을 건 의료기관은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 의료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이 환자 수에 의존하던 병원 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4면

17일 병원 업계에 따르면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고려대 안암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자체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하거나 확대 운영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는 물론 핵심 인력인 빅데이터 전문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11월 정밀의료데이터사이언스ICT센터를 개소했다.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최대 규모인 1300테라바이트(TB, 1TB=약 1조바이트)에 이르는 의료 정보를 확보한다. 센터장을 포함해 4명의 전담 직원이 빅데이터 확보, 분석, 데이터 질 관리를 담당한다. 교내외 의료 정보 전문가와 컴퓨터공학자, 통계학자, 임상교수 등이 뒤를 받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빅데이터센터 개소 후 올해 초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15명의 데이터 전문가가 포진한 가운데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한 각종 의료 영상 정보를 수집해 사업화 지원, 의료 서비스 발굴을 추진한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 소장은 “의료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정밀 의료로 대변된다”면서 “데이터를 선제 확보해 정밀 의료를 구현하고, 다양한 사업화 조직과 결합해 기업과 협업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영상 정보에 특화된 빅데이터센터를 최근 개소했다. 가톨릭 스마트 이미징 바이오뱅크는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병원 내 의료 영상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첨단 의료기술 개발 지원 시설로 육성한다. 모든 데이터는 익명화해 의사, 연구진에게 분양한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적용, 자동 판독 지원 솔루션 등을 개발한다.

디지털병원을 표방하는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달 헬스케어 빅데이터센터를 공식 개소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19명의 의료진과 7명의 박사급 이상 인력이 투입됐다. 임상, 영상 정보를 활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현재 확보한 데이터는 330TB 규모다. 부가 가치 창출 수단인 병원정보시스템(HIS)인 '베스트 케어'의 고도화와 집단 건강 관리 영역으로 확장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아주대병원도 지난해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하거나 확대해 코호트 연구, 만성질환 관리, AI 기반의 중증질환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병원 빅데이터센터의 기능과 역할은 크게 산업화를 염두에 둔 연구개발(R&D), 의료 서비스의 질 개선 등으로 나뉜다. 환자 진료 수익에 의존하던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고 장기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는 신약, 의료기기, 건강 서비스 등 산업화가 필수다. 핵심 자산인 의료 정보를 기업, 연구소와 공유해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선다.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대부분 병원은 사업화 조직과 빅데이터센터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보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성질환 관리, 중증질환 진료 지원 솔루션, 신약 개발 등 분야에서 기업과 협업한다. 병원 경영을 포함 진료 예약, 검사, 수납, 의료 질 평가 등 환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에도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김현창 연세대의료원 정밀의료데이터사이언스ICT센터 소장은 “미래 병원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원과 기업, 연구소, 학교가 하나로 뭉쳐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는 앵커기관”이라면서 “이들을 하나로 묶는 데이터는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 열쇠인 동시에 병원 경쟁력을 좌우하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