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만시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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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만시지탄

통신 시장에 '갑질'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 무상 설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통신사는 갑질이라며 반발했다.

[기자수첩]만시지탄

통신사는 속이 끓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래픽이 급증하는데도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이용료를 거의 받지 못했다. 증거는 뚜렷하지 않지만 속도가 느려지도록 일부러 전송 경로를 바꾼 페이스북이 얄밉다.

더 큰 문제는 이용자다. 페이스북은 국내 1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느려진 통신 속도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통신사는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지만 뾰족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를 유지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페이스북은 예외다. 서버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따르지 않으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현재로선 없다.

페이스북 논란은 예견된 것이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글로벌 플랫폼을 형성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반복됐다. 구글 위치정보 불법 수집에 대한 방통위의 조사는 5년이 걸렸다. 애플 등 탈세 혐의가 명백했지만 바로잡지 못했다.

외국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원성이 쏟아지자 방통위는 해외사업자에 제재 강화방안 연구를 드디어(?) 시작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법은 물론 독점규제법, 신용정보법까지 연구 범위를 망라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 등 개정 절차에 착수한다.

정부가 왜 이제야 나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방통위의 연구 과제를 보면 어떤 부분을 검토하면 되는지 리스트를 갖고 있었고, 접근 방법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7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소를 일곱 번은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이왕 외양간을 고치기로 했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7년의 세월은 외양간을 지을 자재를 모으고 치밀한 설계도를 짜는 시간이었다고 돌리자. 이제라도 제대로 된 '외국계 기업의 역차별 방지법' 마련을 기대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