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기업부실 잡는다...국책은행 여신 관리에 AI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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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여신 관리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된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대규모 공공 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부실 여부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서다. 분식회계 등 의도된 부정 회계로 감춰진 재무 정보의 문제점을 AI로 보완하게 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이달 초 '조기경보 모형 및 기업여신감리 시스템 개선 컨설팅' 용역 업체로 EY한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수출입은행은 오는 9월까지 조기 경보 모형과 여신감리 체계, 통합 모니터링 체계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마치고 올해 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인공지능으로 기업부실 잡는다...국책은행 여신 관리에 AI 도입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대형 사업장에서 부실을 감추려고 분식회계를 의도했을 경우 지금 같은 여신 감리 방식으로는 기업 부실을 잡아내기 어려웠다”면서 “기업이 제출한 재무제표 외에도 기업 부실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보조 지표가 필요, 여신 감리 분야에 AI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는 조기 경보와 여신감리 분야에 적용된다.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정형 데이터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주 정보를 사전에 찾아내는 방식이다. 채권단 지원에도 한계 상태에 놓인 부도 기업의 비재무적 특징 역시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Y한영은 체계화한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위해 AI 기술 보유 기업인 파운트AI, 한국기업데이터(KED)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파운트AI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보유 회사인 파운트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대선을 앞두고 대선 챗봇(채팅로봇) '로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주동원 파운트AI 대표는 “뉴스와 SNS 등 각종 비정형 데이터와 외감 법인의 재무제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차주에 적신호가 나타날 경우 자동으로 경보를 알리는 방식”이라며 “차주 기업이 금융감독원 등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실 위험 등을 포착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컨설팅을 통해 조기 경보, 여신 감리 분야 외에도 AI를 통해 어느 정도의 범위와 깊이로 차주 부실을 감지할 수 있을 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등 시중 은행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AI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컨설팅을 마무리해야 어디까지 AI를 적용할지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충분히 보조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미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시중 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개인 신용평가에 AI를 결합, 고객의 대출 부실 여부를 예측하고 있다. 다빈치랩스는 SBI저축은행, KB캐피탈, AXA손해보험 등에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산관리 분야에서는 사람 개입 없이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법률 요건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공동으로 실시한 로보어드바이저(RA) 테스트베드에서 운용 심사와 시스템 심사를 모두 마친 알고리즘 16개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신증권은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대신로보밸런스'와 금융 챗봇 '벤자민'을 결합해 질의응답과 금융상품 투자, 투자 관련 정보 제공 등이 한 번에 가능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 AI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 당국까지도 AI 등 핀테크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감독 및 규제 차원에서도 AI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레그테크(규제+기술, Regulation+Tech) 활용을 적극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금융 분야에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AI의 적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앞으로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국책은행 등 모든 금융권에서 재무 및 비재무 데이터를 분석해서 다양하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